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내 분란만 일으키는 모양새다. 혁신하라고 했더니 ‘사과와 반성’만 외쳐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는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있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혁신위 첫 전체회의에서 1호 혁신 안건으로 ‘국민과 당원들에 드리는 사죄문’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에 책임을 통감하며,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판단이었다는 걸 인정하고 반성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미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에 대한 사과를 전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여러 차례 반복했다.

김문수 전 대선 후보마저도 대선 당시 언론 인터뷰나 후보 토론회 때 탄핵 사태에 대해 매번 사과했고, 심지어 선거 유세 중에도 유권자들에 큰절하며 탄핵에 관한 사죄를 올렸다.

이에 김 전 후보조차 15일 국민의힘 서울시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가진 뒤 윤희숙 위원장의 혁신 안건에 대해 “무슨 사과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당내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송언석 원내대표도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작년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까지 국민께 많은 실망을 안겨 드렸다”고 사과했다.

심지어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원장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안철수 의원을 내정했고, 이후 윤희숙 위원장 자신조차 현재 그 자리에 앉히지 않았는가.

그런데 대체 왜 그리고 언제까지 탄핵과 윤 대통령에 대한 사과와 반성, 비판만 꾸준히 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자 다수는 탄핵과 윤 대통령에 관한 말이 나올 때마다 안타까움, 울분 그리고 아쉬움에 참을 수 없어 한다.

이런 국민의힘은 다시 뭉치고 심기일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탄핵과 윤 대통령에 관한 사과와 반성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뒤로 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게 하는 것과 같다.

윤 위원장은 이처럼 사과와 반성의 무한 반복이 진취적인 지지자들을 맥 빠지게 하고, 내부 분열이자 현재 국민의힘을 더 지지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은 혁신 안건 어디에도 윤 대통령을 계엄의 결단에 이르게 한 더불어민주당 등의 패악질 수준의 정치 행태 그리고 이전 당 대표의 배신과 분열에 가까운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점이다.

남을 비판하면서 내 식구까지 질책한다면 몰라도, 주요 원인 제공자인 남에는 한마디도 안 하면서 내 식구만 나무란다면, 이게 과연 내부 총질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탄핵 정국 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민주당을 압도했고,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기도 했다.

그때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던 이유는 어떻게든 대통령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정권을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넘길 수 없다는 의지로 당이 하나가 되려는 분위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일이다. 그때 그 지지자들은 어디에 증발하지 않았다. 그때처럼 당이 하나가 되려 한다면, 이들은 다시 지지층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사죄와 반성에 집착해 좋지 않은 기억만 그득한 과거로 회귀하려 하고,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행보만 보이려 하니 대체 누가 그리고 왜 다시 지지하려 하겠는가.

윤희숙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현 국회의원에게 5%p 이상의 차이로 낙선했다.

그런데 윤 위원장은 총선 패배 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종섭 대사→황상무 수석→대파 가격 파동이 총선 전에 갖고 있던 보수세력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상기시켰다”며 마치 패배 원인을 윤 대통령 측으로 돌리는 듯했다.

필자는 그때 윤 위원장을 향해 ‘보수당의 텃밭인 서초에서 국회의원을 하다가 밖에 나오니까 정치가 쉬워 보이는 줄 알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패배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가. 당연히 선거를 뛴 후보자 본인에 패배의 1차적 책임이 있다. 진작에 복수의 사전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전현희 당시 후보에게 뒤처진다는 결과가 나온 상황이었지 않은가.

서초에서는 당의 후광으로 정치가 세상 쉬워보이고 자신이 마치 엄청난 정치인인 마냥 착각했을지는 몰라도, 한강 북쪽으로 조금만 넘어가도 과거 국민권익위원장 때부터 온갖 논란에 휘말렸던 전현희에게조차 패배하는 인지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자신의 정치적 인지도와 평판이 부족하고 지역구민들의 공감대를 사지 못해 탈락한 것을 왜 남탓으로 돌리는가. 그게 가장 해서는 안 될 정치 행태이자 혁신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현재 혁신위원장이 되고도 이런 태도와 분위기는 여전해 보인다. 대체 언제까지 그리고 왜 또 해야 하는지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없는 사과와 반성을 하면 그게 혁신이 된다고 하고 있고, 이를 지적하는 인사들을 향해 “사과 필요 없다는 분이 인적쇄신 0순위”라고 자극하고 있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윤 위원장이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아집이자, 더 내부 분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혁신을 하려면 평소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의사조차 내비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그의 말에 따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 드는 칼이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크기와 무게라면 휘두르지도 못하고 상대방에게 먼저 베이기 마련이다.

상대방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칼을 빼낸 뒤 한 손으로 칼춤을 추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윤희숙 위원장이 괜히 자신에 맞지도 않는 칼을 골라 칼집에서 꺼내려다가 다시 넣고, 꺼내려다 다시 넣고를 반복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