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반탄파와 찬탄파의 대립 구도로 뚜렷하게 재편되며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현재 주요 여론 조사에서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장동혁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함성과 열띤 응원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지난 13일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3차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들의 정견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백소영
국민의힘 당 대표 주자들은 지난 13일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3차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 문제를 두고 반탄파(탄핵 반대파)와 찬탄파(탄핵 찬성파)로 나뉘어 공방의 수위를 높였다.
반탄파인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정부를 비판하며 대여 투쟁을 예고했고, 장동혁 후보는 특검의 부당함 강조하며 찬탄파 후보들을 정조준했다.
첫번째로 연단에 선 반탄파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5개의 재판은 모두 중단됐고, 법치주의가 무너졌다”며 “방송까지 모두 장악하고 교회 압수수색으로 종교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모두 구속하고, 급기야 오늘 특검에서 자랑스러운 국민의힘 중앙 당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폭탄을 던지는 테러 만행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되면 이재명 정권 3개 특검에 대한 인권탄압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철저히 조사하고 미국과 국제 인권단체의 협력으로 반드시 이재명 정권의 이 무도한 인권 탄압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 받은 장동혁 후보는 “법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야 된다. 좌로나 우로나 위로나 아래로나 치우침이 없어야 하는 것이 법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헌정사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가 함께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조국 전 장관과 비교하면 공평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패대기치고 인권을 유린하는 것을 보고도 내란 동조 세력으로 몰릴까 봐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후보가 유세 연설을 진행하는 동안 반대 진영 지지자들이 지속적으로 야유를 퍼부으며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동혁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하는 모습을 보고 야유하는 반대 진영 지지자들의 모습이다. 사진=백소영
반면 찬탄파 후보들은 12·3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과의 결별에 초점을 맞췄다.
안철수 후보는 “김문수 후보님, 장동혁 수모님, 계엄을 옹호하면서 어떻게 다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며 “극단 세력이라는 시한폭탄을 그대로 두면 우리 지지율은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계엄 옹호 세력, 극단 세력과 결별해야만 이재명의 정당 해산 음모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며 “계엄과 극단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선동으로 당원을 우롱하는 진짜 배신자와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다른 찬탄파인 조경태 후보는 “당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불법 비상계엄을 한 윤 전 대통령 때문”이라며 “우리 당을 망친 배신자 윤석열 부부와 반드시 절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국민의힘을 괴물 수준으로 만들고 집권 여당의 직위를 야당으로 전락시킨 윤석열 부부가 배신자”라며 “대표가 돼 우리 당에 남아 있는 극우 세력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몰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차 합동 연설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찬탄파 후보들이 마이크를 잡자 일부 지지자들에게서 “배신자”, “내려오라”라는 소리들이 터져나왔다.
특히 지난 연설회에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 대표와 신경전을 벌였던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계엄을 옹호한 자가 이재명 정권에게 어찌 독재라고 비판할 수 있겠냐”며 “탄핵 반대하며 독사처럼 기어 들어와서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들, 윤석열이 죄가 없다고 하는 세력들, 민심에 독가스처럼 들어와 계엄을 옹호하는 저 불순한 세력들하고는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동혁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때 지지자들이 열띤 함성으로 응원하고 있다. 사진=백소영
한편, 장동혁 당 대표 후보는 지지층을 등에 업고 급부상하며 당내 지지율 선두에 올라섰다.
천지일보가 의뢰해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장동혁 후보가 40.5%, 김문수 후보는 27.7%를 기록했다.
이 조사 결과를 반영하듯 이날 3차 합동 연설회에서 장 의원이 연설하자 지지자들의 응원과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며 현장 분위기를 압도하는 모양새였다.
이에 김문수 당 대표 후보는 기조 전략 전면 수정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김문수 후보는 당내외의 고관여층에게, 장동혁 후보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김 후보의 기조 전략들을 전면수정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김 후보가 수정한 기조가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판세를 뒤집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13일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3차 합동연설회. 사진=백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