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유승진 기자 ㅣ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한다면 러시아와 신속한 평화협상이 가능하다고 유럽 정상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챗GPT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유럽 정상들에게 공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고위 유럽 관리 2명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고위 관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하고, 우크라이나 또는 유럽 국가를 재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서면으로 약속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 남부 전선을 동결하고 공격을 멈추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지칭한다. 러시아는 현재 루한스크의 거의 전부 그리고 도네츠크의 약 75%를 장악했으나, 도네츠크 서부의 전략적 요충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직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러시아로부터 단순 휴전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부터 두 지역을 러시아에 완전히 넘기는 것을 조건으로 휴전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회담 전, 즉각적인 휴전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포기를 조건으로 내건 푸틴의 평화 협상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그간 도네츠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기존 영토를 절대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이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휴전 요구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을 무기한 지속할 수 있는 ‘프리패스’를 부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로 가는 길에 “나는 이 살육을 멈추기 위해 왔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외면했으며, 푸틴에게 전쟁을 계속할 시간을 벌어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