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교수 ㅣ 나경원 의원을 폄하한 김종혁 씨의 발언 중, 특히 ‘화장’을 운운하며 조롱한 대목은 그저 실언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여성 정치인의 외모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입지를 흔들려는 저열한 시도다.

심규진 교수


화장은 개인의 선택이며, 특히 공인에게는 남성 여성을 떠나 공적 이미지를 관리하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조롱의 소재로 삼는 순간, 이는 단지 한 사람의 취향이나 스타일이 아니라, 여성 전체를 향한 비하적 인식을 드러내게 된다. 더욱이, 중진 의원으로서 오랜 시간 정치를 해 온 인물을 향해 그런 방식으로 폄하한다는 것은, 여성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이중잣대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정작 김종혁 씨가 주군처럼 떠받드는 분은 언제나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지 않던가? 팬미팅인지 정치 행사인지 모를 정도로 단장한 채 공식 석상에 등장하곤 하지 않던가? 한 국가 행사의 비 오는 날, 파운데이션이 빗물에 녹아 얼굴에서 흘러내리던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분은 영웅이고, 나 의원은 조롱의 대상인가?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적반하장이다.

나는 평소에 외모나 사적인 특성을 가지고 특정인을 공격하는 행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누가 가발을 쓰든, 뽕을 넣든, 그런 건 유치하고 저급하다고 생각해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정치적 비판은 정책이나 행보에 근거해야지, 외모나 스타일을 빌미 삼아 조롱하는 것은 그 자체로 수준 이하다.

재미있는 건, 요즘 특정 계파인 척하면서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정권 초기에 황태자처럼 주목받던 인물을 향해 온갖 시기와 질투를 쏟아내며 머리카락을 운운하고 뒷담화나 하던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여당의 협치 파괴와 김민석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임명 강행 등에 항의하며, 국회에서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나경원 페이스북


그때는 “너무 꾸미는 거 아니냐”, “정치인이 아니라 연예인 같다”는 식으로 빈정대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그 인물을 마치 오랜 동지인 양 따라붙고 있다.

이쯤 되면 정체성과 신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저 생존을 위한 줄서기, 기회주의적 본능의 발현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나경원 의원은 지금도 쉽지 않은 정치적 위치에서 싸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동료 정치인이라면 응원과 격려를 보낼 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 비열한 방식의 조롱은 하지 말아야 한다. ‘화장’ 운운하며 여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태도는 천박하고 저열하다. 그리고 그 천박함이 정치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정치가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구태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전략기획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