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필자는 역대 어떤 선거보다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가 박진감이 넘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할 것이라는 많은 국민들의 염원에도 헌법재판소로부터 뜻밖의 탄핵이 이뤄졌고, 이제 대통령이 다 된 듯 동네방네 김칫국 마시고 다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이 의원은 다시 벼랑 끝으로 몰렸다.

풀이 죽어 있던 우파 지지층은 “대선 전 확정판결이 날 수 있다”며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서울고등법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김이 빠지고, 반대로 이재명은 또다시 기사회생했다.

이뿐만 인가. 국민의힘에서도 김문수-한덕수의 단일화를 두고 내부 갈등을 겪다가, 김문수 후보가 결국 당원들의 선택을 받았고, 17대 대통령 선거처럼 압도적 격차로 패배가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상당했음에도 점점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있지 않은가.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번 대선 레이스보다 더 흥미롭고 다이내믹한 승부가 있었던가.

그 승부에 재미까지 더하는 게 바로 대선 후보 TV 토론이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강한 협공에 ‘이제 며칠 만 더 견디면 대통령’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이재명 후보의 얕은 지적 수준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파 지지자들 사이에서 좌익 정치인들의 고질병이라고 비판하는 ‘말 바꾸기 행태’를 이재명 후보도 이번 TV 토론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에 실소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3일 열린 2차 TV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원상 복구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묻자, “지금은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유보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증세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사실 옳은 말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증세마저 추진한다면, 고용과 투자를 줄여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엇보다 부자라는 이유로 세율을 올린다면, 이들이 해외로 떠나 아예 받을 세금도 못 받게 되는 지경에 놓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재명 후보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그런데 이건 그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는 듯하다. 평소에 재벌타파와 부자 증세를 외치며 정치적으로 큰 재미를 봤고, 불과 올해 2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의 최고세율 인하 주장에 대해 부자 감세를 추진한다며 극우내란당 운운하더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대체 3개월 만에 자신이 말한 극우내란 세력에 빙의한 것인가.

“내가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말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명언처럼 이재명 후보의 말 바꾸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별로 놀랍지도 않지만, 이런 그가 대통령이 됐을 때 국민들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국가에서 살게 될 것인지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 논평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2025년 5월 23일 자 <인싸it>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