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인적 쇄신 대상으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 등 중진 국회의원 4인을 지목, 이들에 향후 거취 결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4인의 인사들은 강한 반발보다 차분하고 담담히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사진=뉴데일리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역량 강화를 위한 충정으로 모든 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혁신 방안은 혁신위 안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의결하면 비대위에 보고되고, 비대위에서 최종 혁신 방안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윤희숙 위원장이 송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국민의힘 중진 국회의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이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비교적 차분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쇄신대상 4인’에 포함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장동혁 의원, 윤상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나경원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민주당이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들 몇몇을 제물 삼아 불출마 선언으로 쳐낸다고 내란당 프레임이 없어지지 않는다”며 “그런 방식을 거듭할 때마다 우리 당은 계속 쪼그라들기만 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혁신위가 요구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탄핵에 반대했고, 우리 당을 대선에서 지지해줬던 40%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소신 없는 정치인의 자기부정일 뿐”이라며 “압도적 힘을 가진 여당에 맞서기 위해 모래알 같은 107명을 어떤 가치로 묶어낼 것인지, 더 많은 국민들께서 공감할 수 있는 아젠다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혁신의 요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혁신의 본질과 방향부터 혁신이 필요하다. 확고한 보수 가치와 폭넓게 공감받는 아젠다 없이 반민주 플랫폼으로 전락해 구심력 없이 분열하는 것, 그것이 우리 당 문제의 본질”이라며 “우리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행위는 제발 그만 멈추자”고 강조했다.

윤희숙 위원장의 인적 쇄신안이 결국 보수의 아젠다도 없이 이뤄지는 자해행위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전날 같은 당의 장동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윤 의원장의 인적 쇄신안을 ‘오발탄’에 빗대며 나 의원과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장 의원은 “지금 거취를 표명해야 할 사람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라며 “윤 위원장의 오발탄으로 모든 것이 묻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혁신위원장은 무작정 여기저기 다 절연하자고 한다”며 “국민의힘마저 절연하면 그분들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각이 다르면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 선거 때만 쓰고 버리는 것이 국민의힘의 혁신이라면, 국민의힘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이 지목한 4인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나 의원 그리고 장 의원보다 더 차분하고 담담하게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윤 의원은 윤희숙 위원장에 보수 재건을 위해 자신을 혁신위원회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치십시오. 저는 당을 위해 언제든 쓰러질 각오가 돼 있다”며 “이 당을 살리고, 무너진 보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저는 언제든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 윤희숙 위원장님, 정말로 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저를 먼저 혁신위원회로 불러 달라”고 말했다.

한편, 윤희숙 위원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4년 ‘차떼기’로 당이 존폐 위기에 처했을 때 37명의 중진이 불출마 선언을 통해 당을 소생시키고 젊은 정치에 공간을 열어줬다”며 “지금의 중진들은 그분들이 열어준 공간에서 정치를 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처럼 당의 중차대한 과오로 국민의힘은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 지금 살자고 하면 우리 앞에는 더 큰 고통과 회생 불가의 절망이 기다릴 뿐”이라며 “나라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당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해오신 중진들께서 아름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