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미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30일 오후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8월 1일 관세 협상 데드라인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이어 정 회장도 워싱턴 일정을 잡은 것이다. 3대 대기업 총수가 관세협상 담판을 위해 민관 총력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및 장재훈 부회장 등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국 조지아주 생산 기지 확대와 루이지애나주 철강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에 이미 긍정적인 눈도장을 찍은 정 회장인 만큼, 이번 관세 협상에 합류하면서 우리 쪽에 큰 힘이 실릴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선 회장으로서 이번 관세 협상은 국가적 문제를 넘어 현대차에게도 중대 현안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품목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를 15%로 내리는 데 성공했다. 만약 한국이 15% 이상의 관세를 맞게 된다면, 현대차로서는 일본 및 유럽산 자동차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만큼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하루 앞선 29일 미국으로 떠났다. 이 회장은 한국이 협상 카드로 제시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현지에 370억 달러(약 54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테슬라와는 지난 28일 역대 최대 규모인 22조 8000억 원 규모의 칩 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이보다 앞서 지난 28일 김동관 부회장도 미국으로 떠났다. 김 부회장은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한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의 구체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진행 중인 조선사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