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북한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이 14일 담화에서 대남 확성기 철거에 대해 “철거한 적 없고, 철거할 의향도 없다”며 “허망한 개꿈”이라고 밝혔다. 최근 우리 정부의 북한군이 대남 확성기를 철거한 동향을 포착했다는 발표를 반박한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사진=뉴데일리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밝힌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북측이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며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여정은 “최근 저들(남한)이 취하고 있는 그 무슨 ‘선의적조치’와 ‘유화책’이 호응을 받는 듯 여론을 오도하고 조한관계(남북관계)가 ‘복원’이라도 되는 듯한 여론을 조성해보려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합동참모본부는 우리의 대북 확성기 철거작업에 호응해 북한도 일부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40여 곳의 북한 확성기 중 철거된 곳은 극히 일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여정은 “한국 대통령은 자기들이 대북 확성기들을 먼저 철거하자, 우리도 일부 확성기들을 철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불필요하고 비용이 드는 확성기’ 철거와 같은 상호 간 조치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며 “한국의 현 정권은 윤석열 정권 때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들을 없애버리고는 그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평가받기를 기대하면서 누구의 호응을 유도해보려는 것 같지만,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며 전혀 우리의 관심을 사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여정은 한미가 오는 18일 시작되는 정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을 일부 조정한 것에 대해서도 “평가받을만한 일이 못 되며 헛수고로 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미국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고 충실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데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이 결론적인 입장과 견해는 앞으로 우리의 헌법에 고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여정은 오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억측이자 허황된 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 측에 무슨 이유로 메시지를 전달하겠는가”라며 “우리는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미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가 정책에 반영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과 미국이 낡은 시대의 사고방식에만 집착한다면 수뇌들 사이의 만남도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하여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는 회담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우리가 왜 관심이 없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