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유승진 기자 ㅣ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상호 공격 중단과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 의사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 측에 보냈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상호 공격 중단을 요청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를 위해 제3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진=챗GPT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수 있다는 입장을 아랍국가 당국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5일 오만에서 6차 핵 협상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앞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인해 회의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또 이란은 미사일 공방을 억제하는 것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이란군의 수뇌부가 제거되는 탓에 현재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사실상 손과 발이 묶인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이란의 뒷걸음질에도 이스라엘이 무력 공방을 중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스라엘로서는 현재 이란 영공에 전투기를 자유롭게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제공권을 장악했고, 이를 통해 이란의 핵시설을 추가로 타격해 이란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란)은 핵무기와 대규모 미사일 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회담 중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두 가지 실존적 위협을 계속 조성하고 싶어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이란이 이스라엘이 소모전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결국엔 외교적 해결책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아랍국가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역시 미국의 행보다. 미국이 이란 지하 핵시설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에 더 적극적으로 무기를 지원한다면, 이란의 외교적 해결책도 무리가 따르거나 미국 또는 이스라엘의 더 큰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다만 WSJ는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는다면, 핵 프로그램을 가속하고 확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아랍 당국자들의 전망을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과 휴전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중동 걸프 지역 국가들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들이 미국에 핵 협상 재개와 이스라엘 휴전을 압박할 것을 호소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실제로 이집트 외무부는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사우디, 오만, 등 20개 국가의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지난 13일부터 이란을 공격하고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긴장을 완화해 휴전과 전면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 사태에 대해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하겠다”며 “그들은 너무 늦기 전에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