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승훈 기자 ㅣ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약 30분간 진행한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 발전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이 대통령은 과거 스스로 강하게 비판했던 일본 오염수(처리수) 방류와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데일리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총리님과는 저번에 전화로 소통했는데, 이렇게 얼굴을 직접 뵙게 되니 반갑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를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도 한다. 마치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작은 차이들이, 또 의견의 차이들이 있지만, 그런 차이를 넘어서서 한국과 일본이 여러 면에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제통상환경이나 국제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 가까운 관계에 있고,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총리님하고 저하고 이렇게 직접 얼굴을 뵙고 만나게 됐는데, 오늘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조금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감사하다. 이번에 대통령으로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이렇게 직접 만나 뵙는 것은 처음이지만 일본의 TV 방송에서 (이 대통령이) 매일 나오신다. 그래서 처음 뵙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시바 총리는 “올해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대단히 기념비적인 해”라며 “얼마 전 서울에서 60주년 리셉션이 개최되었고, 이 대통령은 이번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리셉션에는 못 가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정말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메시지를 주셨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감사를 표현했다.
특히 그는 “어제 그리고 오늘 G7 정상회의에서 논의가 되었습니다만 국제 정세는 정말 대단히 엄중해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도, 중동에서도, 아시아에서도 그렇고, 이런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모든 공통적인 요소,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고 저는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일본에서 간사이 엑스포가 개최 중이고 일본에서도 세계 각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본인 중에서 가장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국가는 한국”이라며 “대통령님과 저 그리고 정부 간, 기업 간 뿐만 아니라 국민 간 교류도 60주년을 계기로 해서 더 많이 활성화되고,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이 지역 그리고 세계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그런 관계가 되기를 저는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배석했다.
일본에서는 다치바나 게이치로 내각관방부대신, 오카노 마사타카 국가안전보장국장, 나마즈 히로유키 외무심의관,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 츠치미치 아키히로 총리비서관 등이 자리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거 자신이 대통령 취임 전 일본 정부를 향해 강하게 주장해오던 후쿠시마 오염수와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23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과거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이번엔 핵오염수 방류로 태평양 연안국에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일으켰다”며 “제2의 태평양 전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같은 해 9월 단식투쟁 당시 “일본의 핵 오염수 투기는 모든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한 런던협약에 정면으로 위배한다”며 런던협약·의정서에 가입한 88개국에 이를 규탄하고 방지에 관해 협조를 요청하는 친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또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재직 당시부터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관해 강하게 비판해왔으며, 최근 대선 후보가 돼서도 “한국과 일본은 오랜 기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온 중요한 파트너”라면서도 “양국 앞에는 여전히 과거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복합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며 과거사 문제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