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긴급재난지원금’을 기억하는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문재인 정부가 소상공인을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가구별로 40~100만 원까지 지급한 돈이었다.
당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미국과 일본 등의 국가도 재난지원을 목적으로 국민들에 지원금을 지급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장기불황 우려에 적게나마 소비 진작을 위한 액션은 필요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명분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2025년 7월 현재 한국을 비롯해 어느 나라도 팬데믹 상태에 있지 않고,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도 재난지원금을 국민들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 여느 때와 같이 열심히 일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먹고살 만한 세상인 반면,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불황에 경기침체 속에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돈을 뿌릴 만한 명분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국 전 국민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표면적 목적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 당선사례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 잡기를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심지어 여러 언론에서는 마치 합심한 듯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해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 상황에서 국민의 체감 경기 회복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실질적 매출 증대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전 국민 대상 맞춤형 소비 지원 정책”이라는 식의 홍보성 기사를 마구 써대고 있다.
사실 이 기사 내용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비가 위축하게 한 계기가 고물가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인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 지급한다면 결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는 기초 경제학 지식이지만, 화폐의 가치와 물가는 반비례한다. 화폐의 기능을 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뿌리면 당연히 시중에 화폐가 더 풀리는 상황이고,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이는 곧바로 물가 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고물가가 문제라면서 결과적으로 더욱 물가상승을 부채질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심지어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최대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듯하다.
현재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확히 말하면, 장사가 잘되던 소수의 가게는 여전히 장사가 잘되고 있고, 장사가 잘되지 않던 다수의 가게는 더 안 되고 있을 뿐이다.
직장인들이 주로 모여있거나 맛집으로 소문나 경쟁력이 있는 식당을 예로 들자면, 이곳은 점심시간만 되면 자리가 꽉 차서 대기를 해서라도 먹고 갈 정도다.
필자도 직장 주변에 자주 가는 식당이 있다. 이곳은 점심과 저녁 시간대를 막론하고 항상 손님이 많다. 가게 오너에 직접 물어보면, 예전보다 손님이 줄긴 했더라도 매출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장사가 안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인건비나 임대료,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순이익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식당도 과거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곳이었다. 아무리 정부가 지급하는 ‘공돈’같은 성격의 돈이라도, 이 식당처럼 맛있고 경쟁력 있는 가게에서 사용했지, 맛없고 손님들도 없고 홍보도 안 된 곳에서는 한 푼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필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랬다. 결국 이미 장사가 잘되던 곳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더 잘됐고, 장사가 잘되지 않던 곳은 아무리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려도 잘 안됐다. 이에 오히려 긴급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자영업자 간 격차를 더 벌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기존에 장사가 잘되던 곳임에도, 경쟁력과 상관없는 요인으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가게가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진정 소비 독려를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면, 이런 가게를 위주로 사용처를 꼼꼼히 정하는 게 맞지 않는가.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긴급재난지원금의 이런 사용처 선별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긴급재난금의 사례가 말해주듯 국민들은 평소 자주 가던 곳이자 다른 사람들도 많이 찾는, 다시 말해 ‘정부의 지원금이 없더라도 이미 장사가 잘되는 가게’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사용할 것이다.
결국 장사가 잘되지 않았던 다수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이게 무슨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못 살던 사람은 더 못 살게 하고, 물가상승만을 부추기는 행위와 다름없지 않은가.
다만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입장을 떠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만약 기한 내 사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게 발행사 측 낙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장사가 잘되던 가게만 도와주는 행위임에도 낙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써야 하는 모순된 상황인 것이다.
분노를 일으키는 건 보수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내부에서 이런 나랏돈 살포 행위를 저지하지도 못했다. 그저 SNS에서 자기 생각 끄적이기에 바쁘고, 다음 당권을 빼앗기 위해 내부에서 티격태격하기 바빴다. 뱃지라도 걸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국회의원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가. 그저 전의를 상실한 패잔병과도 같다.
설령 다음에 정권을 탈환한다고 치더라도, 이렇게 나랏빚 잔치로 쌓인 천문학적인 국가부채가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짐이 아닌가.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이재명 정부의 포퓰리즘이 익숙해진다면 더 이상 당신들이 설 곳은 없다.
* 논평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2025년 7월 7일 자 <인싸it>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obAOpaW79-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