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지난 며칠간 이어진 기록적 폭우로 전국 곳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먼저 광주광역시 일대가 지난 17일 하루 동안 무려 426.4㎜의 비가 내려 1939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일 강수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광주는 19일까지 강한 비가 내렸고, 3일간의 누적 강수량은 536㎜에 달했다.
TV 뉴스에 잡힌 광주 시내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어 보였다. 지역 내 도로 침수·파손, 건물침수, 차량 침수 등 1311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재산피해는 북구 지역 140억 원, 광산구 130억 원, 서구·동구·남구 지역 100억 원 등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광주뿐 아니라, 경기도 가평에서도 지난 16~20일까지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안타깝게도 사망 3명에 실종 4명, 이재민 66명 등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특히 가평에는 도로파손뿐 아니라 주택 붕괴와 산사태까지 겹쳐 추정 재산피해액만 342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남 산청에서도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곳에는 지난 16~19일까지 나흘간 무려 평균 630㎜의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며칠 사이 이곳 지역은 재앙이 닥친 듯했을 것이고, 피해자들은 망연자실한 채로 지자체의 도움에 기대 신속히 사태가 수습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매년 여름 폭우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를 입는다. 그때마다 언론의 시선은 두 곳을 향한다. 하나는 폭우 현장 그리고 다른 한 곳은 대통령이다.
“폭우로 이 지경까지 되고 있을 때, 대통령은 대체 어디서 뭘 했을까”를 조명하는 기사를 통해, 어떻게든 자신들이 권력자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번에 역대급 호우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언론은 조용하다. 쉽게 말해, ‘국민 안전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에 쓴소리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와 가평, 산청에 폭우가 쏟아져 국민들이 죽어가고 있던 지난 17일 한남동 관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를 초청해 감자전과 떡갈비 등의 만찬 회동을 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우 의장은 “저와 대통령은 같은 파다. 무슨 파인 줄 아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이 대통령이 “무슨 파 인가”라고 묻자, 우 의장이 “현장파”라고 답하며 웃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아무리 역대 국회의장 중 가장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우원식 의장이라지만, 스스로를 현장파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이때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감자전과 떡갈비 등의 진수성찬이 차려진 한남동이 아닌 국민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폭우 현장이 아니었나.
이처럼 천인공노할 상황임에도 ‘명비어천가’ 쓰기에 바쁜 방송사 및 신문사는 물론이고, 보수 또는 중도적 성향으로 알려진 유력 일간지조차 이에 대해 비판한 기사 한 줄 찾기 힘들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커지는 상황임에도 관저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고 해보자. 좌파 매체는 물론이고 전 언론이 달려들어 물어뜯는데 혈안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8월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 폭우가 발생했을 당시, 다수의 언론은 이 사태로 인한 피해의 책임이 전적으로 대통령에 있는 것처럼 몰아붙였다.
「컨트롤타워는커녕… 대통령실, 폭우 대처 ‘우왕좌왕’(경향신문)」「100년 만의 폭우에도 대통령 ‘퇴근’… 위기관리센터, 언제 작동하나(한겨레)」「80년 만의 폭우인데 대통령 고립되고... 제정신인가(오마이뉴스)」「’물폭탄’ 충청 갔다 서울로…대통령의 ‘우.문.현.답’?(JTBC)」등 윤 대통령을 질책하는 내용으로 보도가 쏟아졌다.
언론이 이렇게 지원 사격을 해주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폭우 대응을 소재로 공세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폭우 피해 상황을 서초동 사저에서 보고 받은 것을 두고, 강훈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국가 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이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 와서 출근을 못 했다고 한다”며 “향후 비상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급기야 이들은 당시 윤 대통령에 참모 교체까지 요구하고 나섰고, 결국 윤 대통령은 집중 호우 피해로 인해 취임 후 첫 대국민 사과로 고개를 숙였다.
당시 윤 대통령을 공격하기 바빴던 언론사 어느 곳도 현재 이 대통령을 향해 “광주와 가평, 산청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재난 상황이었고, 그 재난의 총책임자이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국회의장, 국무총리와 웃으며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향후 이들이 어떻게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의 한마디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권력자를 감시하고 공정한 보도를 지향하며, 더욱이 권력자를 추종하는 어용 행위를 경멸하는 게 바로 언론의 사명 아니던가.
그런데 호우 때 만찬을 즐기지도 않았는데 사저에서 상황 보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윤석열은 물어뜯고, 호우 때 만찬을 즐기면서 파안대소까지 했다는 이재명에는 한마디 뻥긋 못하는 이들에게 과연 권력자에 대한 감시와 공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스스로를 언론이라고 부르고 언론으로 불리고 싶어 한다니, 현 대한민국의 부끄럽고 혐오스러운 언론계의 현실이다.
* 논평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2025년 7월 22일 자 <인싸it>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BwrMnRR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