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 중단을 호소했다. 지난 30일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국내 주력 산업을 담당하는 13개 협회가 노조법 개정 반대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손 회장도 정부·여당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노동조합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데일리
손경식 회장은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잦고 과격한 쟁의행위로 우리 노사 관계의 안정을 해치고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것”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와 미래 세대에게 돌아가 이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노조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노사 관계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라도 경영계 대안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 수용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노란봉투법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사용자 범위 확대’와 그리고 기업의 경영 전략까지 쟁의 대상으로 하는 ‘노동쟁의 개념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노조의 쟁의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재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에 손경식 회장도 지난 2018년 경총 회장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단독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이다.
이날 손 회장은 “그만큼 노조법 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절박한 심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통과된 점을 지적하며,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손해배상액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근로자의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대안을 만들어 적극 제안했다”며 “국회가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해 법안을 통과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원청기업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세대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일부 기업이 불법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과도하게 청구한 부분에 대한 개선책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개인 손해배상액에 상한을 정하고 임금에 대한 압류를 금지하는 등 대안을 제시했다.
손 회장은 “지금 정부는 친기업 정부라고 말은 하고 있는데 상법 개정안, 노조법 개정안이 나와서 우리를 매우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정부와 민주당, 국회와도 계속 대화를 넓혀 가면서 우리 입장을 계속 알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서 연말까지 배임죄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한 부분에 대해선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주요 그룹 임원들도 노란봉투법 추진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정상빈 현대차 부사장은 “지금대로 입법이 이뤄지면, 경영상 모든 내용을 노조와 합의를 거쳐야 해 사업 추진 시 절차적, 비용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국가 간 경쟁에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식 HD현대 상무도 “미국 조선 시장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현지 투자가 노조와의 협의, 파업의 이유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향후 굉장히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