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이명박 정부가 한창인 지난 2009년 8월과 9월,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와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각각 열렸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두 후보의 과거 부동산 매입 문제를 두고 연일 공세를 펼쳤다.


먼저 김준규 후보자가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취득세 및 등록세를 탈세하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의혹을 지적했고, 이귀남 후보자에 대해서는 배우자를 통해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입했다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

당시 두 후보자에 관한 의혹 제기의 중심에 선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이 있었는데, 바로 오늘날 차명 주식투자 논란을 일으킨 이춘석 의원이었다.

당시 이춘석 의원은 두 후보자의 부동산 탈세와 투기 등의 의혹을 강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얼굴을 제대로 알렸다.

이에 당시 그의 지역구인 익산의 지역신문사에서는 ‘이춘석 의원 청문회 스타탄생 예고’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그의 청렴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지역 내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이로부터 16년이 지난 현재, 4선 국회의원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라는 막강한 자리에 오른 그는 그때와 정반대의 서 있다.

이춘석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억대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본회의장에서 딴짓을 한 건 부적절하다’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하나둘씩 터져 나왔다. 우선 그가 당시 거래 중인 주식 창의 명의자가 보좌관 차 아무개 씨라는 점이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타인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금융실명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게 명백했다.

의혹이 커지자 보좌관 차 씨가 언론에 해명을 내놨다. 그는 이춘석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자신의 스마트폰을 모르고 가져갔고, 주식 창을 열어봤다가 언론사로부터 사진을 찍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주식 거래를 할 때 이 의원으로부터 이에 관한 조언을 자주 얻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들을 얼마나 개·돼지로 보고 있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해명을 내놓는 것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자신과 보좌관의 스마트폰을 헷갈려 본회의장에 들고 들어간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차 씨의 해명대로 그의 스마트폰이 맞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잠금 설정이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의 소유주도 아닌 이 의원이 그 잠금 설정을 풀었다는 말이 된다.

특히 주식 창을 켤 때도 간편인증(지문 등)이나 공인인증서 등의 암호를 입력해 접속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이런 개인적이며 민감한 정보마저 공유했다는 것이다.

더 납득할 수 없는 건 바로 이 의원이 투자한 주식의 종목이다. 당시 그는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LG CNS 등을 거래하고 있었다고 한다.

얄궂게도 이 회사의 주식 모두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과제인 ‘AI(인공지능) 3대 강국’ 정책의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의원이 문제의 주식 거래 사진이 찍힌 당일만 하더라도 과기정통부가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대상 기업’ 5곳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네이버와 LG CNS가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이춘석 의원은 국정기획의원회 AI 담당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충분히 이 3개 회사의 미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거나 정책 추진을 통해 주가를 띄울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 의원에 대한 문제의 사진에 찍힌 주식 창의 상단에는 ‘신용’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주식을 매입을 위해 대출을 했다는 걸 뜻한다. 그가 투자 종목의 상승에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기에 대출까지 해서 주식을 샀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무심코 켜놓은 스마트폰 주가 창 하나가 금융실명법 위반과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라는 거대한 폭풍을 일으킨 것이다.

필자에게는 그가 왜 차 씨의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한 것인지 그 의도를 처음부터 알 수 있었는데, 자신 또는 배우자, 자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게 되면 향후 공직자 재산 거래에 투자 종목과 거래량 등을 공개해야 한다.

민주당 법사위원장이자 국정기획의원회 AI 담당 분과위원장으로서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LG CNS 주식을 사들였다는 걸 당연히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지난해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는 해당 주식 거래가 잡혀 있지 않았다. 이 주식 거래를 통해 차 씨로부터 뒤에서 수익을 챙긴 것이라면,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아무리 자신들이 한 일도 아니라고 끝까지 부인하는 게 좌파 정치인의 특성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었다. 우리 국민들은 황당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개·돼지 취급을 당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론에 못 이기면서 이 의원은 지난 5일 민주당 탈당과 함께, 법사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에서 눈치와 처세술에 100단으로 알려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일 그의 탈당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당에서 제명 조치했다. 정청래 대표가 보좌관 갑질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강선우 의원은 끝까지 감쌌으면서 이춘석 의원을 매몰차게 내치는 걸 보면, 그가 거짓 해명을 했다는 것에 더 확신을 들게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수사의 시기다. 수사기관은 이 의원이 실수로 가지고 본회의장에 들어가 주식 거래를 했다는 보좌관 차 씨의 스마트폰이 증발하기 전에 신속한 압수수색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 주목해야 할 건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의원에 대한 금융실명법 위반 및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향후 사실로 드러난다면, 과연 이 말을 제대로 실천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코스피 5000시대’를 실현하겠다며 ‘코스피5000시대 실현 특별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모임을 출범했다. 그런데 이 모임에 소속한 국회의원들은 보유 재산 중 증권(주식) 자산은 2.55%에 불과하지만, 부동산 자산은 무려 49.59%에 달한다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장인 진성준 의원은 자신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면서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에 혼란을 일으키는 세제 개편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그의 아들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라고 한다. 특히 진 의원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 소재의 아파트를 약 11억 6000만 원에 매입했다고 한다. 그것도 3억 원 이상의 은행 대출을 껴서 말이다.

과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매입에 관한 탈세와 투기 문제를 꺼내 들어 도덕성과 청렴성을 운운했던 이춘석 의원은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다가 금융실명법 위반과 미공개정보 이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과연 이들이 민주와 평등과 복지와 서민 그리고 청렴함을 무기로 정치를 하는 이들이 맞는가. 자기들이 앞에서 욕하는 걸 뒤에서는 몰래 하면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들의 이런 행태를 보면 꼭 말하는 필자의 명언이 있다.

“좌파는 말이 아닌 행동을 믿어라” by 강용석

* 논평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2025년 8월 6일 자 <인싸it>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8Jo6fwCqZ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