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20대 대통령 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 2021년 12월 2일, 한국방송회관에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를 초청해 ‘방송기자클럽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이미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복역 중이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사면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은 지금 아무런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다.”

사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과 검찰의 정치적 수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 실망을 끼친 것에 여러 차례 사과했다. 특히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적지 않은 나이에 모진 구치소 생활을 장시간 견뎌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누구의 탓을 하지도, 어떤 핑계를 대지도 않았다. 자신의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정치적 동지들을 통해 대통령에 사면을 노골적으로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에 당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엄밀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었다.

필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당연히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어떤 언행도 옹호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 여전히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도 않고, 국민들에 사과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면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한 말처럼, 국민 공감대를 얻을 정도로 합리적인 사면권 행사라면, 어느 정도 형기를 채운 동시에,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국민들에 진심으로 사과한 사람만이 그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로부터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이제는 대통령 자리에 앉게 된 그는 그때의 생각과 180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조국과 최강욱, 조희연, 심지어 윤미향 등의 좌파 인사들을 포함했다.

조국은 지난해 12월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복역에 들어갔다. 최강욱은 조국 아들에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지난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시기 국회의원이었던 만큼, 형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잃게 됐다.

특히 윤미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후원금 횡령 등 8개 혐의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이들에 대한 사면이 최종 확정된다면, 조국은 형기를 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구치소 문을 나오게 될 것이고, 윤미향 역시 1년도 지나지 않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게 된다. 물론 최강욱조차 2025년 8월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면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비춰보면, 아직 대법원 판결문의 잉크조차 채 마르지 않은 이들에 대한 사면 역시 시기상조 아닌가.

더구나 이들이 대법원 판결에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진정한 반성을 했는가. 조국은 지난해 12월 16일 수감 당일, 조국혁신당 인사들이 대거 모인 서울구치소 앞에서도 “법원 판결에 사실판단과 법리적용에 동의하진 못하지만 대법원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모순된 주장을 끝까지 관철한 것이다.

특히 그는 “저의 흠결과 한계를 깊이 성찰하겠다”며 “앞으로 남은 것은 검찰 해체”를 외치면서, 모든 걸 검찰의 탓으로 돌리며 국민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옥중 서신을 통해 꾸준히 정치적 메시지를 냈고, 조국혁신당은 지난 대선 때 후보도 내지 않은 채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 인사들이 여권을 향해 조국에 대한 사면을 강하게 주장했고, 정치권에서는 이것이 ‘대선 지지에 대한 청구서’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조국은 자신의 죄에 대한 진정한 반성도 뉘우침도 없었음에도, 동지들을 통해 사면을 앞두게 됐다.

최강욱은 어떤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직후 기자들에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이 내린 결론이니까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간 정치 검찰이 벌여왔던 마구잡이 사냥식 수사, 표적수사, 날치기 기소 등의 쟁점들이 충분히 있고 그에 대한 법리적 논박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이 일체 없어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이 참혹하고 시대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그나마 남은 사법부 기능마저도 형해화하려는 정권이나 권력의 시도가 멈추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역시 어디에도 자신의 죄를 깔끔하게 인정하거나 국민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유죄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 탓이자 사법부가 정권과 권력에 굴복하면서 이뤄진 것처럼 억울함을 토로했다.

두 사람보다 더 충격적인 건 윤미향이다. 그는 최근 8·15 사면 명단 포함 관련 논란이 일자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년 동안 긁고 긁어 1억을 횡령했다고 검찰이 기소했다” “언론에서 무더기로 의혹 보도를 한 것이 다 무혐의, 불기소 처분되니 이상한 것을 모아 기소를 했던 검찰이었다. 오늘도 저것들은 나를 물어뜯고 있다” “저를 욕하는 것들이 참 불쌍하다”고 말했다.

매우 노골적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반성과 사과의 기미는 개미 눈물만큼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조국은 1심과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음에도 사법부의 배려로 법정 구속되지 않아 창당과 출마에 이은 국회의원 당선에 성공했다. 최강욱은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 송달을 하지 못해 임기가 거의 끝나기 전까지 국회의원을 할 수 있었다. 윤미향은 무려 4년 이상 재판을 이어오다 의원 임기를 모두 채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지금 아무런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말에 이 세 사람이 제외되는 부분이 과연 한 가지라도 있는가.

심지어 이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모두 ‘지연된 정의’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면서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조차 쌓이지 않은 상황이다. 또 세 사람이 지은 죄가 입시비리,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 등으로, 과연 정치인 사면에 맞는 혐의인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도대체 대통령의 사면이 애들 장난인가. 이런 식으로 떡 주무르듯 사면을 결정할 것이라면, 대체 그렇게 치열하고 긴 수사와 재판은 왜 한 것인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공정과 형평은 왜 떠들어 대는 것인가. 이렇다면 국민들 누가 법을 제대로 지키고 살겠고, 어떻게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향해 법 잘 지키고 살라고 말할 자격이 생기는가.

안타까운 건 이번 사면 논란으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충분히 지탄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우리 우파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무능함에 제대로 목소리조차 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전투력 충만해던 보수당의 모습이라면, 송언석 원내대표를 필두로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조국, 최강욱, 윤미향 사면 반대에 장외 투쟁에 나서는 등 열을 올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송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에 보수당 주요 인사의 사면 건의를 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사 사진에 찍히면서 큰 망신을 당했다.

“국민의힘에서조차 대통령실에 눈웃음을 보내며 ‘사면 거래’를 시도했으면서, 왜 조국 사면에 불만을 표하는가”라는 역공의 빌미를 준 것이다.

결국 싸워야 할 때 싸우지도 못하고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얄궂은 상황이다. 우리 우파 시민들조차 이들의 부끄러운 행태에 조국, 최강욱, 윤미향 사면이 부당하다, 제대로 목소리도 낼 수 없게 됐다.

* 논평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2025년 8월 8일 자 <인싸it>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8f5uxiHhk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