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조국이 돌아왔다. 그것도 구수하면서 서민적으로 보일 뻔하다가 들켜버린 된장찌개와 말이다.


조국은 지난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직후 자신의 SNS에 ‘가족 식사’라는 글과 함께 된장찌개 영상을 올렸다.

사회에 있을 때는 SNS 활동에 마치 심취한 듯 적극적인 그였다. 이에 감방에서 얼마나 업로드 버튼을 누르고 싶어 엄지손가락이 근질거렸을까 생각도 들었고, 과연 출소 후 첫 번째 SNS 게시물은 무엇일까 내심 기대도 됐다.

아니나 다를까, 이 된장찌개 영상은 자신이 의도한 바와 정반대로 국민들에 논란과 화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이른바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시즌2가 막을 올린 것이다.

필자는 문제의 해당 영상을 보자마자 단숨에 알았다. 이건 일반 된장찌개가 아니라고. 감자탕이나 삼겹살 전문 식당에서 고기를 다 먹고 남은 음식으로 냄비와 불판에 볶음밥을 먹듯이, 냄비형 불판을 제공하는 소고기구이 전문점에서는 마지막 코스로 남은 고기를 잘라 된장과 밥을 넣고 끓이는 된장죽을 제공하기도 한다.

조국이 올린 영상의 음식은 불판 형태나 다른 차림 메뉴를 봤을 때 된장찌개가 아닌 소고기 전문점의 된장죽이 명백해 보였다.

영상이 올라온 직후 필자와 똑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고, 금세 진실이 드러났다. 영상 속 식당은 된장찌개 전문점이 아니었고, 무려 미쉐린 가이드 우수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서래마을의 고급 한우 전문점이라고 한다.

이에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고급 한우가 메인이었으면서 소박하게 된장찌개 한 끼를 먹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게 뻔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의 지지층인 서민 여러분, 출소하자마자 가족들과 소박한 된장찌개 한 끼 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는 서민이니까요’라는 의도가 상식을 조금이라도 갖춘 사람이라면 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아도 다수의 국민들이 자신의 특사로 분통 터지고 있는데, 석방되자마자 이처럼 얄팍한 서민 코스프레로 사람들의 눈을 속이려 했다는 생각에 당연히 안 좋은 말밖에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조국 본인도 속으로는 다소 당황한 모양이었다. 출소 사흘만인 지난 18일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아주 여유로운 목소리로 “사위 돈으로 고기 많이 먹었다. 고기 먹고 된장찌개 먹고 그랬다”고 해명했다.

더 가관인 게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이라는 사람은 라디오에 나와 해당 논란에 대해 “가족 식사한다고 그랬지, 된장찌개만 먹었다고 안 그랬다”고 조국 옹호에 나섰다.

그렇게 당당하고 문제가 될 게 없다면 SNS에 된장찌개가 아니라 고급 한우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 되지 않았을까.

보통 음식 사진을 찍어 남들에게 공유하는 건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특별한 메뉴라고 할 수 있는데, 구치소에 있는 몇 달 동안 먹지 못했던 고급 한우 사진을, 아니면 한우와 된장찌개 둘 다를 SNS에 올리는 게 지극히 상식적이지 않은가.

어쨌든 출소하자마자 시도한 싸구려 서민 정치쇼가 실패로 돌아가는 가운데, 조국은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김어준 방송에서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등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국민이 투표로 국힘의힘을 끝장내줘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타깃이 어디인지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건에 대해 “명백한 대선 개입”이라며 당시 결정에 대한 진상조사를 강조했다. 이제는 검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의 대법원 압박에 동조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 밖에 조국혁신당 복당 신청, 김대중 묘역 참배, 문재인 예방, 노무현 묘소 참배 등 빽빽한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자신의 특별사면을 이재명 대통령에 건의한 문재인 그리고 이제는 민주당의 ‘장외사령관’이라고까지 불리는 김어준의 지지를 등에 업고, 민주당 대표인 정청래를 견제하며 좌파 진형 내 힘겨루기를 해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보면 조국이 나라라도 지키다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갔다 온 줄 알겠다. 과거 어느 정부에서 어느 인사가 특별사면증에 묻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바로 정치 행보에 돌입했는가.

심지어 조국은 직권남용죄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의 분노를 산 입시비리(업무방해·위조공문서행사·위조사문서행사 등)와 청탁금지법위반(금품 등 수수) 등의 혐의가 1심과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에서마저 유죄가 내려진 잡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조국은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최고 사법기관의 판결에 대해 “법원의 사실 판단과 법리에 동의하지 못하지만 판결에 승복한다”며 사실상 불복의 입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조국이 출소 뒤 국민들에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제대로 허리 굽혀 사과한 적이 있는가. 오로지 검찰의 표적 수사와 정치 탄압 등을 주장하며 자신이 무고하다는 말만 반복하지 않았는가.

그런 사람이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특별사면 혜택을 받으며 벌써부터 정치 행보라니, 과연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는 말인가.

특히 조국은 18일 김대중 묘역 참배 후 자녀 입시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사과 요구 여론에 대해 “제가 몇 번의 사과를 한다고 2030이 마음을 열겠는가”라고 기자들에 말했다고 한다.

결국 사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건 둘째치고,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향후 이 나라를 이끌어갈, 우리 사회 전 영역에 대주주가 될 2030세대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왜 정치하겠다고 떠들고 다니는가.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할 자신이 없다면 정계 은퇴가 마땅하지 않은가.

특별사면을 받은 이가 정치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 선행 조건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함과 동시에 진정한 사과다. 그것부터 할 수 없는 사람이 2030에게 어떻게 마음을 열라 하고 표를 달라 말할 수 있겠는가.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동지인 80년대 운동권 세대들과 호남권 정치판 나눠 먹기와 전 정부에 대한 보복 만이 조국의 향후 정치 행보에 불과해 보인다. 현 정치의 핵심인 경제와 안보, 청년 챙기기 정책이 과연 그의 입에서 한 마디라도 제대로 나왔거나 이를 조금이라도 실천한 적이 있던가.

조국의 이러한 2030에 대한 망언 수준의 발언에 역시나 이곳저곳에서 분노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특히 조국은 해당 발언 직후 자신의 사면 직후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저의 사면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고, N 분의 1 정도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면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걸 자인한 꼴이다. 이 N 분의 1 발언에 개딸을 비롯한 친명계 일부에서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껏 사면해줬더니 벌써부터 자기 정치하기 바쁘고, 사면권자는 지지율 하락에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국은 조적조, 즉 조국 스스로의 잘못으로 나락을 가는 버릇을 못 고친 것처럼 보인다. 조국의 복귀, 정확히 조적조 시즌2를 환영하며 향후 어떤 조적조 시리즈를 만들어 나락으로 갈런지 기대 만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