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북한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 움직임에 대해 “허망한 개꿈”이라고 폄하한 지 6일 만이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전날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확실히 리재명(이재명) 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조한(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을지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발언을 겨냥해 “그 구상에 대하여 평한다면 마디 마디, 조항 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여정은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로의 정권 교체 과정은 물론, 수십 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 체제를 신물이 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한 사람들”이라며 “결론을 말한다면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해 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재명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위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의 실명도 일일이 거론하며 비난했다. 무엇보다 안규백·조현 장관이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여정은 지난 19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 을지자유의방패 연습에 대해서는 “침략 전쟁 연습”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화해의 손을 내미는 시늉을 하면서도 또다시 벌려놓은 이번 합동 군사 연습에서 우리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을 조기에 ‘제거’하고 공화국 영내로 공격을 확대하는 새 연합 작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국제무대에서 한국과 외교전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외무성은 한국의 실체성을 지적한 우리 국가수반의 결론에 입각해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 그의 선동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적정한 대응 방안을 잘 모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김여정 담화 내용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며 “북 당국자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해 표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현재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 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 여전히 강경 모드를 견지하는 모양새다. 김여정은 지난 14일 우리 정부의 ‘북한의 대남 확성기 철거’ 주장 등 대북 유화 조치에 대해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며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며 전혀 우리의 관심을 사지 못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