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승훈 기자 ㅣ 국민의힘이 8·22 제6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열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지도부 교체 절차를 넘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보수 진영 내부의 갈등과 당의 정체성 재정립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왼쪽부터) 김문수, 장동혁, 안철수, 조경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데일리
찬탄 VS 반탄 대립 구도
이번 당 대표 후보군 가운데 안철수·조경태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찬성하며 더불어민주당과도 일정한 공감대를 갖고 활동한 인사들로 당 안팎에서의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당시 계엄 조치를 비판하며 탄핵은 정당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는 상당한 거부감을 사고 있지만, 당내 친(親) 한동훈 계나 민주당 외곽 세력 등의 지지를 일부 흡수하는 모양새다.
이에 맞서는 장동혁 후보는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앞장섰던 이력으로 “국가가 반국가 세력의 위협에 처한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그는 전 정부와 당내 다른 계파를 겨냥하기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고 있다.
장 후보는 당 대표 출마 선언 초기에는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로 고전했으나, 여러 뉴스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인지도를 점차 쌓아 나갔다.
이후 전당대회를 본격적으로 앞두고 후보 간 TV 토론과 권역별 연설회를 거치며 보수 정체성 회복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김문수 후보는 탄핵과 계엄을 모두 잘못된 선택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했으나, 장동혁 후보의 지지세 확장에 따라 기존 메시지를 수정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대선 국민의힘 후보로서의 인지도와 오랜 경력을 통한 정치 기반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 추세가 보여주는 변화
최근 이 네 명의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장·김의 양강구도’와 ‘안·조의 추격’ 그리고 ‘장으로 인한 김의 독주 중단’ 등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원 대상 조사에서는 김문수 후보는 39%대에서 27.7%까지 하락한 반면, 장동혁 후보는 13.9%에서 40.5%까지 급등하며 지지율 격차가 역전됐다.
또 여론조사전문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6~18일 국민의힘 지지층 762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장 후보는 35.3% 그리고 김 후보는 33.3%를 기록하며 장 후보가 김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조경태 후보는 10.1%, 안철수 후보는 9.2%를 기록했다.
이는 장 후보가 제기한 강경한 보수 정체성 회복 메시지가 당 지지층으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김 후보는 조직력 우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 전략의 한계로 지지층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부울경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승훈
당심과 민심의 괴리
국민의힘 지지층이 모인 현장의 분위기는 이러한 수치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전당대회 현장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인터넷 및 유튜브 기반 지지층과 일시적으로 관심을 가진 국민의힘 당원들 사이에서는 장동혁 후보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당의 운영에 직접 참여해온 책임당원과 당직자층은 여전히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한 분위기다.
이는 장 후보가 과거 한동훈 계파와 활동하면서 일부 정치 활동가들에게 남긴 상흔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전당대회가 조직 기반과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지지율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장 후보가 실제 당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의 향방
전당대회 현장을 지켜본 참석자 다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우선 조경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당의 원래 색채와는 결을 달리한다. 또 개혁을 구실로 당이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며 사실상의 저주를 퍼부으며 당원들에 쓴소리만을 던졌다.
특히 이 두 사람을 향해 “향후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실체도 애매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선동하는 ‘극우몰이’에 편승하는 태도도 당 지지층의 반발만 키우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당내 계파 색채가 옅은 무당층 그리고 다소 중도적 시각에 있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며 이와 같은 전략을 짠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당의 전통적이며 강한 세를 과시하는 이들의 방향을 정반대로 하는 행보라 당선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당내 정치조직의 힘으로 결정되기에 김문수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하겠지만, 당내 분위기와 흐름은 장동혁 후보의 메시지에 더 큰 공감을 보내고 있다.
이에 만약 2차 결선으로 간다면 예상 밖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역시 정당 조직은 박찬대 의원을 밀었지만, 결국 여론조사와 민주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정청래 의원이 최근 당 대표에 당선이 됐다. 이에 김문수 후보 측은 네거티브 전략과 장동혁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한 막판 전략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마치 독재자처럼 군림하며 자유대한민국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상당한 현실에서, 국민의힘 과거 탄핵 세력들의 논리를 반복한다면 보수 지지층은 더욱 깊은 절망에 빠질 것이다.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는 단순한 보수 정당의 당권 경쟁을 넘어,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향후 노선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3일 오후 대전 서구 배재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선 장동혁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이승훈
물론 지지율 추세와 당심 간의 괴리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전당대회가 예로부터 당직자 혹은 예로부터 당과 연결된 활동을 한 사람들의 지분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국가 위기의식을 느낀 일반 국민과 당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민주당과 여타 자유를 뺀 민주주의만 강조하는 정치 세력들로부터 기존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출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질타를 받고 있으나, 그 단초인 계엄의 계기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한다는 반응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뜨겁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도 국가를 위협하는 반(反) 국가 세력과 주적인 북한 그리고 국내 각종 안보 기술 위기를 초래하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상당한 것은 명백하다.
이번 6차 전당대회로 인해 상기 의견을 피력하는 후보가 각종 매스컴에 대두되면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8월 셋째 주 30.7%에서 36.7%까지 오른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각 후보들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당의 단합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를 위해, 이번 전당대회가 국민의힘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