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노란봉투법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해당 법안 처리에 극구 반대하며 24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이어갔지만, 민주당과 조국당 국회의원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에 불과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지지층에서는 노란봉투법이 향후 노조의 부당한 파업을 조장하고, 다수의 하청 노조가 원청사업주에 대한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기업의 생산성과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노사 간 상생의 법이자 대화촉진법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진짜 성장을 위한 법”이라며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말이 언어도단일 수밖에 없는 게, 노란봉투법이 진짜 그렇게 좋은 법이라면 경영계에서도 박수로 환영하거나 반대가 소수에 불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경영계에서는 이 법을 심각한 악법으로 규정하며 어느 곳에서도 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

먼저 국내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협회의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여러 차례 노란봉투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하며 국회에 이 법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31일 경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 사항까지 쟁의행위가 된다면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노사관계의 안정을 해치고 산업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냈고, 19일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번 노란봉투법 개정에 신중할 것을 촉구했다.

안타깝게도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재계의 어른이자 80대 중반인 손 회장의 절박한 호소를 무시했고, 결국 법 개정을 강행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노란봉투법이 민주당 의원들 말처럼 그렇게 좋은 법이라면 손경식 회장을 비롯해 경제인 대부분이 이 법에 대해 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찬성은커녕 극구 반대해왔다. 또 손 회장의 국회 기자회견이 열린 19일 오후에는 경총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와 지방 경총 및 업종별 단체 등 경영계 대표 200여 명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시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한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이 시장 철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내놨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마저 한국 내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경영계 어느 곳에서도 그리고 노조와 민주당 지지자 외에 국민 다수에게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런 이 법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마치 온 국민이 열렬히 환영하며 혁신적인 법 개정인 것처럼 떠드는 모양새다. 이쯤 되면 이들이 소통 능력 부족이나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욱 화가 나는 건 김용범 정책실장의 노란봉투법에 대한 발언이다.

그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노란봉투법 탓에 주요 기업이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 외국계 기업들을 필두로 한국 철수를 비롯해 국내 투자 규모 축소 등에 대한 말이 소문이 아닌 실제 본인들로부터 들려오는 상황임에도, “일어나지 않는다”가 아닌 “일어날 것 같지 않다”며 결국 절반의 자신감만 내비쳤다.

심지어 그는 “만약 (산업계가 우려하는) 그런 상황이 되면 (법을) 다시 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노란봉투법을 시행했을 때 실제로 기업의 한국 철수나 투자 규모 축소 등이 현실화하면 그때 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법이 전구다마처럼 수명을 다하면 갈아 끼우면 그만인 것인가. 법을 처음 배울 때, 법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전제돼야지만, ‘법이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법의 내용은 명확해야 한다’는 법의 기본 방향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법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누군가의 자의적 해석을 통해 부당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라는 사람의 말은 자신들이 개정하는 법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100% 확신이 없어 보이는 건 물론이고, 또 법적 안정성마저 가볍게 보고 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

노란봉투법 통과를 강행한 민주당 그리고 문제 되면 나중에 개정하면 된다는 김용범, 또 결국 이 법을 공포할 예정인 이재명 대통령에 묻고 싶다. 법 개정이 장난이냐고 말이다.

이들에 분명히 경고하고 싶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소는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