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박제연 ㅣ 당신은 된장찌개 집을 하나 열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어 기분 좋게 직원을 고용하고 ‘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룩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취했으나, 몇 년 후 장사는 기울었고 최저임금은 치솟아 적자에 허덕이게 되었다.
‘그냥 나라도 일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직원 몇 명을 해고하고 나와 아내가 직접 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고를 당한 두 직원이 쇠파이프를 들고 찾아와 불법적 정리해고라 주장하며 가게 문을 봉쇄하는 바람에 나는 장사를 하지 못했고, 그 안에서 먹고 자며 소란을 피우는 덕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걸 매우 크게 사업장을 확대하면 2009년의 쌍용자동차가 된다.
그래. 물론 노란봉투법이 통과가 됐다고 갑자기 없는 쟁의 행위를 여기저기 시작하며 쇠파이프로 공장을 때려 부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나는 당신들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면서 ‘노동자의 적’이라는 프레임을 2분만 벗고 생각해달라.
그럼 앞에서 사장이었던 때로 돌아와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SK하이닉스는 최근 1700%라는 놀라운 성과급을 발표했고 이에 300만 원의 기본급을 받는 직원에게 실수령으로도 50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급했지만, SK하이닉스 노조는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재작년에 당기순이익 기준 9조 원이 넘는 적자를 본 회사가 혹시 월급을 깎아서 줬는지.
증권계에서는 SK하이닉스에 대해 평균적인 PER에 일부 할인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그 본래의 가치를 온전하게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회사다. 오직 반도체만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경기에 따라 그 업황의 사이클에 따라 이익이 굉장히 큰 폭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올해는 수십조를 번다고 해도 내년에는 갑자기 적자 회사가 될 수 있는 업황의 변동성이 큰 회사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매년 천문학적인 돈이 연구개발에 투입될 수밖에 없고, 적자를 냈다고 해서 이를 줄이거나 게을리한다면 곧장 그 회사는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항상 이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향후 2~3년간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것처럼 보여도 그 이후의 세상에 확신이 없기에, 반도체 시장에 다시 다운사이클이 온다면 얼마의 돈을 쏟아 부어가며 버텨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 가치를 온전하게 시장에서 반영해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무작정 ‘지금 당장 잘 벌었으니 내놓아라’는 건 리스크는 감당하지 않고 열매만을 취하는 입장의 비이성적인 태도라고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화가 난 나에게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혹은 세금을 몇 년간 면제해준다는 당근을 내밀면서 미국에 들어와 가게를 차려보라고 한다.
이게 바이든식 리쇼어링이고, 트럼프는 관세를 없애줄 테니 오라고 하는 것이지 본질은 비슷하다. 미국뿐 아니라 많은 선진국들은 법인세를 낮추면서 자기네 나라로 들어와 공장을 차리고 가게를 차리라고 한다.
이들은 왜 이런 제안을 할까? 바보일까? 사실 매우 간단하다. 자기 나라에 사업이 시작된다는 것은 일자리를 늘리고 GDP를 올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꾸 오라 그래서 일부라도 옮겨야 하나 싶은데 마침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 9조가 넘는 적자를 낼 때도 지켜왔던 회사가 드디어 결실을 거뒀고, 1700%의 성과급을 준 직원들이 이게 뭐냐며 파업을 하겠다면서 사업을 볼모로 협박을 한다.
난 두 손 두 발이 다 묶여버렸다…
내 투자자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
도저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가 아니네?
그래. 어차피 다른 나라에서 오라 그러는데 이 김에 싹 정리하고 해외로 옮기면 이 모든 문제가 사라지게 된다. 미국은 임금이 비싸다? 관세 안 내면 얼마든지 퉁 칠 수 있으니 나는 공장을 옮기기로 했다.
이런 기업이, 공장이 많아지면 엄청난 실업자가 생길 것이고 국가의 GDP는 추락하게 된다. 난 파업하는 당신들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떠나는 내가 무섭다. 나라고 표현했지만 나 역시 그들이 떠나고 남겨질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국가의 종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할 것이지”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객체가 아니다.
기업이 그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더 나은 환경과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춤을 출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는 것이 국가이고, 그 무대의 사용료를 내는 것이 기업이다. 크게 보면 국가는 사업자이고 기업은 국가의 고객이다. 그런데 사업자가 고객을 찍어 누르려고 한다면 고객은 떠나게 된다.
손님 다 떠나고 그때 가서 다시 법을 바꾸면 된다고?
된장찌개는 여기서만 파는 것이 아닌걸.
□ 박제연 투자전문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법학과 증권거래형법 석사를 수료했다. 2011년 FWS투자자문 파생상품 트레이더를 시작으로 DB금융투자 법인영업팀, 한국경제TV 앵커, 한국경제TV 와우넷 파트너로 활동했다. 현재는 JYP클럽 대표로 임하며, 구독자 수 20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박제연 머니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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