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교수 ㅣ 한국 보수 정치의 약점은 여전히 ‘올드미디어 카르텔’에 있다.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종편·레거시 언론·패널 구조가 얽히면서,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다.

심규진 교수


지도부가 바뀌었는데도 새로운 청년 스피커들이 여전히 소외되고, 이른바 ‘한동훈 카르텔’로 불리는 올드미디어 패널들이 보수 우파 당원의 민심을 과잉 대표하는 고질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세대교체와 정치 혁신을 바라는 지지층의 요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진중권 씨를 들 수 있다. 그는 과거 안티조선 운동을 벌이며 조선일보에는 글도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는 보수 종편의 간판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보수 매체가 보수적 논객이 아닌 인물들에게 중심 무대를 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종편은 보수층의 신뢰를 잃고, “민주당 이중대 방송 같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방송 구조 속에서 민주당 패널은 공격자의 위치에 서고, 국민의힘 인사는 방어자나 변명의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괴리감은 보수 지지층의 피로감을 키운다.

이 문제의 배경에는 한동훈 전 장관을 둘러싼 올드미디어 네트워크가 있다. 그는 진중권 씨 같은 인물들과 사적으로 접촉하며, 레거시 미디어에서 자신을 비호하는 세력을 키워온 것으로 본인들의 언급을 통해 알려졌다.

이후 김종혁, 박상수 등 이른바 친한계 인사들이 이 흐름에 합류하면서 카르텔은 공고화됐다. 결국 이 구조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을 재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레거시 미디어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올드미디어의 공격은 거세다. 김민수 최고위원을 두고 계엄을 옹호했다면서 극우·내란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의 계엄 발언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재심 가능성 제기는,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좌우한 주류 당원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일 뿐이다.

새로운 우파 스타의 등장을 경계하는 기성 미디어의 공격 속에서, 새 지도부가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제 장동혁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그러나 새 지도부도 올드미디어를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투항하면 뉴미디어 기반까지 붕괴되고, 불화만 지속되면 내부 갈등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투트랙 전략이다. 하나는 트럼프식 대안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드미디어를 친보수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미국의 폭스뉴스처럼, 기존 언론도 확실히 보수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병행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청년 스피커들의 등용이다. 박민영, 백지원, 김금혁 같은 젊은 논객들은 새로운 세대의 민심을 반영하고, 중도층과의 접점을 마련할 수 있는 자산이다.

이들을 ‘극우’로 몰아세우고 발언 기회를 제한한다면 새 지도부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보수 진영의 미래는 청년 세대의 도전적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보수 진영이 다시 설 수 있는 길은 분명하다. 기성 언론 카르텔에 기생하는 구조를 깨고,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전략적으로 키워내야 한다. 새 지도부가 이 과제를 외면한다면, 또다시 ‘올드미디어의 덫’에 걸려 정권 재창출의 기회는 멀어질 것이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