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부산 세계로교회의 손현보 목사가 구속됐다. 경찰은 손 목사에 대해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9일 부산지법 영장 담당 엄성환 부장판사가 영장을 발부했다.


엄 부장판사가 적시한 손 목사의 구속 사유는 ‘도망의 염려’라고 한다.

손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당시 개신교계 단체인 ‘세이브코리아’의 집회를 주도하며 탄핵 반대에 앞장섰다.

이후 지난 6·3 대선을 앞두고 세계로교회 기도회와 주일예배 등에서 신도들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됐다. 또 앞서 4월 2일 치러진 부산 교육감 재선거 기간에 정승윤 교육감 후보와 교회에서 대담하는 영상을 찍고 이를 유튜브 등에 올린 게 지방교육자치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법조인으로 활동하면서 금품을 주고받은 등의 범죄 사실도 아닌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피의자를 구속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고발인인 부산시선관위가 문제 삼은 손 목사의 발언을 살펴보더라도 대선 후보와 소속 정당의 성향 및 정책에 있어 유권자로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있었다.

예컨대 “이재명은 끝났다. 이것은 우리 믿음의 고백” “이재명은 히틀러에 못지않은 사람” 등의 발언이었다.

백번 양보해 이런 발언이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한다면, 대선 레이스 당시 김문수 후보가 리박스쿨 댓글 조작에 연루가 됐다는 말도 안 되는 의혹을 퍼트리거나 설난영 여사를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비방한 좌파 유튜버들 역시 후보자비방죄로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닌가.

손 목사의 발언을 두고 후보자비방죄로 판단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더 이해되지 않는 건 ‘도망의 염려’라는 그의 구속 사유다.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기준은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다.

손 목사는 문제의 발언이 담긴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여전히 그대로 띄워놓은 상태이며,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등의 증거도 수사를 대비해 삭제하지도 않았다. 그 어떤 증거를 인멸하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엄성환 부장판사도 이를 의식했는지 손 목사의 구속 사유를 도주의 우려로 든 것인데, 교인 수만 약 5000명에 달할 정도로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의 담임목사가 진정 이 수사와 향후 재판을 회피하기 위해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인가.

흔히 피의자의 주거가 정해지지 않거나 수사기관의 조사에 불응할 때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손 목사는 당연히 주거도 일정하며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가능한 성실히 임했다고 한다.

물론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향후 중형을 피할 수 없기에 아무리 주거가 일정하더라도 도망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손 목사에 대한 혐의는 중범죄도 아니며 가족들과 수천 명의 신도들이 함께 있다.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의 원칙마저 깬다고 하더라도 그 어디에도 도주의 우려를 찾아볼 수 없는 피의자인데, 그에게 이런 구속 사유를 들이민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엄성환 부장판사는 지난 2017년 ‘부산청년한의사회’ 소속 한의사와 한의대생 등 12명이 북한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담은 이적 표현물을 제작·소지한 사건에서 공소 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 전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실형으로 법정구속해야 마땅한 국가보안법 사범들은 풀어주고, 증거인멸의 우려는커녕 도주의 우려도 없어 보이는 피의자는 구속한 것이다.

대체 엄성환 부장판사가 대학교 때 법적 안정성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법은 내용이 명확해야 하며 법으로써 예측 가능해야 한다. 같은 사건을 어느 판사가 맡더라도 비슷한 결과와 판단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건은 판사 성향에 따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걸 보고 과연 정치적 구속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최근 초등학생을 유괴하려 한 이들조차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영장이 기각되지 않았는가.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로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돼 있던 ‘이재명의 최측근’ 김용은 대법원이 신속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보석으로 풀어주지 않았는가.

전부 다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범죄 혐의로 재판받아 온, 그것도 대법원으로부터 유죄가 명확해진 현 대통령에 대한 재판마저도 무기한 연기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이재명을 비방했다고, 심지어 도주의 우려를 들어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이재명을 비판’한 손 목사는 구속하는가.

대체 어쩌다 우리 사법부가 이처럼 일관성 없고 예측 불가능하며, 좌파 정치권력에 조아리는 지경에 오게 됐는가.

“이재명 정권과 사법부는 더 이상 종교인에 대한 탄압을 멈춰라. 손현보 목사를 당장 석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