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미국 정부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하는 조치가 16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됐다. 같은 시간 현대차·기아 등 한국산 자동차 제품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25%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내 판매량 급감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준대형 SUV인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3만 9435달러(약 5400만 원) 그리고 같은 급인 도요타 하이랜더와 4만 320달러에 시작 가격이 설정돼 있었다.

그런데 팰리세이드와 하이랜더에 각각 25%와 15%의 관세를 적용하면, 팰리세이드는 4만 9293달러 그리고 하이랜더는 4만 6368달러로 판매가격이 역전된다.

이처럼 25%·15% 관세로 인해 일본차와 판매가격이 역전되는 모델은 비단 팰리세이드만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관세율이 지속된다면 현대차·기아가 도요타·혼다보다 평균 판매가격이 2000달러(약 275만원)는 높아야 그나마 손실 만회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판매가격 역전으로 인해 현대차·기아가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에 비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가격 메리트’마저 없어진 만큼, 높은 판매량 역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한국산 자동차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율이 올해에는 내내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실적에 암울한 전망만을 드리우게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분기 미 관세 영향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을 두 회사 합산 약 1조 6000억 원으로 추산했지만, 일본이 2분기 당시 관세율이 27.5%을 적용받았던 만큼 3·4분기 영업이익 감소분은 1조 6000억 원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3분기 관세 부담액이 2조 원 이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 만큼, 실적 타격의 정도는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반도체와 함께 국내 수출 시장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자동차 산업이 이재명 정권 출범 100일 만에 이렇게 풍비박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7월 31일 한미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친(親)이재명 세력들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성과”라는 등의 미사여구를 붙여 자화자찬했건만, “도대체 뭘 얻어왔다는 것인가”라는 우파 측 반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차·기아의 현 상황이 그때의 자화자찬이 허구라는 걸 보여줌과 동시에 우파 국민들의 반문에 정확히 답해주고 있지 않은가.

적어도 국익을 지켰고 실용 외교를 실천했다고 떠들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트럼프 가랑이 사이라도 기어서’ 자동차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일본보다 낮추거나 인하하는 시기라도 앞당겨야 맞지 않았는가.

결국 이재명 정부는 이제 와 트럼프와의 협상 내용을 현실화하는 게 무리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9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관한 협상에 대해 “우리나라가 1년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200~300억 달러를 넘기기 어렵다”며 사실상 미국이 추가 합의를 통해 금액적 부분을 양보하지 않는다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시사했다.

‘배추밭 투자’로 무려 연 27%의 고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유명한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16일 3500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 “(협상) 결론이 나는 시점에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3500억 달러 투자도 접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필자에게는 이 말이 마치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최대한 응하려 했지만,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 다수가 반대해 어쩔 수 없게 됐습니다”라며 미국 측에 협상 철회의 구실을 만들어 달라는 일종의 SOS처럼 들렸다.

아무리 정치인들의 일구이언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애당초 외환보유고가 4000억 달러가 조금 넘는 우리나라에서 3500억 달러의 현금을 미국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가당치도 않은 협상을 하고 돌아온 당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당신들은 이런 대국민 사기에 가까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협상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거창하게 사진 찍고, 이재명 대통령을 그나마 한국의 대통령이라고 눈도장을 찍게 하는 성과를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현대차·기아는 벌써 3·4분기에 받아들게 뻔한 ‘실적 추락 성적표’에 벌써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 온다.

상황이 이런데 노조는 임금 협상이 되지 않는다며 7년 만에 파업한 끝에 성과급 450%에 1580만 원 추가 수령 등 여러 가질 사측으로부터 얻어냈다.

또 노조 출신 장관이 장악한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내 산업재해를 감축하겠다며 근로자가 연간 3명 이상 사망할 시 법인에 영업이익의 5%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가뜩이나 정부의 무능한 외교 협상으로 인한 관세 폭탄에 실적 하락까지 혼란스러운데, 마땅한 지원책을 내놨다는 소식은 없고 근로자 사망으로 영업이익의 5%까지 낼 수 있다고 사실상 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양심이 있다면 현대차·기아에 “한국에 오래오래 남아 이재명 정부에 세금을 많이 내가면서 사업을 이어가 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이 말한 것보다 최악의 이재명 식(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