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김태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변호사) ㅣ
1. 다시 살아난 특별재판소의 망령
문재인 정부 말기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특별재판소 설치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다. 그 부당함에 대해서 답변하면서도 내심으로 드디어 세상이 미쳐 돌아가나보다 생각했다.
특별재판부의 설치는 위헌성이 있다라고 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위헌이다. 특별재판소를 향한 그 망령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좌익들은 정권만 잡으면은 국가 시스템을 붕괴하는 데 혈안이 된다. 임대차 3법 등으로 임대시장 질서를 망가뜨려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놓고, 수사기관의 체계를 망가뜨려서 사법 정의를 엉망으로 만들며, 국민 불편을 초래하였다. 법원장 추천제, 사무분단위원회 등 법원 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2. 특별재판부, 그게 바로 특별재판소의 설치다
2020년 무렵에는 특별재판소를 운운하더니 이번에는 슬쩍 바꿔 특별재판부는 가능하지 않느냐 식으로 나온다. 처음 단독 판사가 되었을 때 판결문을 쓰고 서명 날인한 다음 선고하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오롯이 혼자의 판단으로 피고인이 몇 년에 징역형을 살 수 있다는 중압감이 짓누르는 거다. 이렇듯 법원의 판결이라는 것은 하나의 재판부에 의해 완성된다. 민주당은 마치 특별재판소를 설치하지 않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물론 기관으로서의 법원이라고 하면은 그것은 서울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과 같이 건물을 가지고 조직을 가진 그러한 관청을 의미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재판에 있어서 법원이라고 하는 것은 개별 재판부를 의미한다. 즉 혼자서 때로는 셋이서 판단하는 그 판단 주체가 법원이 되는 것이다. 개별 재판부가 바로 법원이 되는 것이다. 법원장도 관여할 수 없고 법원내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 외부의 간섭을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특별재판부를 만든다는 것은 특별법원을 만든다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3. 특별법원을 전담법원으로 적당히 속여 둘러치기
그러면 특별법원은 쉽게 만들 수 있는가? 우리 헌법에서 허용하는 특별법원은 군사법원밖에 없다. 특별법원은 그 자체로 삼권 분립을 침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헌법에서 지극히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그것이 합당한 헌법의 원리이다. 이를 무시하고 마치 가정법원이 있고 특허법원이 있으니 특별법원을 만드는 게 무엇이 문제냐는 식의 접근은 마치 고구마를 삼킨 듯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특허법원이나 가정법원은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필요하기에 전담 재판부를 둔 것이지, 그것을 두고 특별법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4. 지금 민주당이 시도하는 특별재판부는 그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가 없다
공정성의 담보를 위하여 법원과 법관의 독립을 인정하고, 심지어는 법관이 자신의 개인적인 가치관으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부족해서 심급제도를 두고 시정한다.
사건의 배당도 전자 배당을 통해 무작위로 배정되도록 함으로써 끊임없이 공정성을 추구한다. 이것은 검찰과 법원의 사건배당 방식을 보면 바로 구분할 수 있다. 객관적인 사실관계의 발굴에 주력하는 검찰은 그 일에 전문지식을 가지거나 경험이 많은 사람을 고려해서 사건을 배당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
법원은 그렇지 않다. 법원은 그 사람의 전문성보다 공정성이, 실체적 진실보다 여전히 공정성이 우선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작위성을 확보하려고 하고 그래서 컴퓨터로 전자 배당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작위성을 무시하고 판단주체가 판사면 된다는 식은 애초에 공정하고 싶은 의도가 없는 것이다.
A라는 재판부에서 사건을 뺏어서 B라는 재판부로 사건을 재배당하면 그 자체로 재판권 침해다. 아마 법원에서 재판장이 이러한 조치를 했다가는 그 법원장은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대법원의 조치가 있기도 전에 모든 법관이 들고일어나 재판권 침해를 문제 삼으며 한바탕 소동을 일으킬 것이다. 법원장은 못 하지만 국회는 할 수 있다든가 무작위성 따위는 국회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국회의 사법부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국회가 만들면 사법부가 따라야 한다거나 국회가 선출된 권력이라 사법부가 하위라는 식의 주장은 헌법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헌법을 왜곡하고 싶은 것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국회도 당연히 헌법안에서 존재하고 그 헌법은 명문의 헌법뿐만 아니라 헌법원리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내가 입법권을 가졌다고 안하무인으로 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5. 재판 신속하게 하라는 말도 함부로 못 한다는 게 법원 내부 분위기다
한번 돌아보자. 과거에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법원 법원장으로서 소속 법원의 판사들에게 촛불시위 관련 재판을 신속히 하라는 등의 권유를 했다는 이유로 재판권 침해라며 판사들이 반발하여 사법파동으로 이어졌다.
하물며 특정 사건의 재판부를 맘대로 바꾸면서 재판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면서 마치 그것이 직업적 욕심에서 나오는 것처럼 폄훼하는 것도 법관의 독립에 대한 진정한 숙고나 필요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다.
하나 아쉬운 점은 그때 신영철 대법관에 대하여 재판권 침해라고 그 난리를 치던 일부 법관들이 지금 밖으로부터 치명적인 사법권 독립을 위협받고 있는데 아무런 말이 없다. 이 현상이 참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6. 소급 입법을 통해서 형사 사건을 달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서 또 지적하고 싶은 점은 소급입법이다. 우리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소급입법을 통한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
비록 위 헌법의 규정은 범죄구성요건에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형사처벌을 함에 있어서 그 정신은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는 특별재판부는 법관에 의한 작량감경 규정을 폐지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재판부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소급하여 입법하려고 한다. 위 헌법 규정의 취지를 무시하는 입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7. 민주당의 법원에 대한 배은망덕
민주당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못 믿겠다고 한 자락 깔면서 특별재판부를 언급하고 대법원장에 대하여 탄핵으로 겁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보다 더한 배은망덕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하급심과 달리 갑자기 대법원에서 무죄가 되었다. 고 김문기 씨 및 백현동 개발 관련 사건은 사진 일부를 잘라낸 것을 조작이라면서 무죄로 만들어 주었다.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1심에서 무죄 선고되었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의 대표라는 이유 등을 들며 기각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유죄로 인정되어 원심이 파기되었으면서도 대법원이 환송하면서 법망을 피해갈 길을 열어 주었다. 이재명 관련 5건의 재판도 꾸준한 소송 지연책과 법원의 소극적 태도로 현저히 지체되었고, 대선 이후에는 아예 정지되어서 앞으로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이러한 법원의 일련의 판단을 보면서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 기대하기 힘든 기적 같은 법원의 판단이 이재명에게는 수도 없이 일어났다. 정말 누구보다도 법원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던 당사자가 이재명과 민주당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는 특별재판부의 설치를 서두르고 대법원장을 탄핵으로 공공연하게 겁박한다.
8. 특별히 불공정한 법관을 구성된 재판부가 특별재판부...
헌법 제104조 제3항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헌법 조항을 무시하고 국회, 법관대표회의 및 대한변협의 추천을 얻어 특별재판부의 법관을 구성한다면 그것은 위헌이라고 봐야 한다.
현직 법관을 특별재판부에 배치하면 괜찮다고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대법원의 사법 행정에 국회나 대한변협과 같은 외부 기관이 개입하는 것도 문제이고, 또 법원 내 단순한 자문기구에 지나지 않는 법관대표회의가 법원의 인사에 관여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성립 배경을 보면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법원 내 특정 성향의 학회가 주도가 하였다는 것이 일반에게 공지의 사실로 되어 있다. 법관대표회의는 대법관회의보다도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지는 회의체이다.
대법관은 임명과정에서 국회나 대통령을 통하여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만, 법관대표회의는 그러한 대법관들의 회의에서 임명된 법관들이 모인 회의체에 지나지 않는다.
또 대법관회의는 헌법상의 조직인 반면에 법관대표회의는 법률적 근거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특별재판부 선임권을 준다는 건 결국 민주당이 원하는 성향의 판사로 특별재판부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법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재판이라는 형식만 갖추었지 실상은 마녀재판이고 인민재판이다.
9. 헌정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외부 기관에 의한 법원 공격
우리 헌정사에서 지금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려는 시도처럼 법원 외부에서 법원을 이렇게 직접 공격한 적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툭하면 권위주의 시대 운운하는데 그 시절에도 이러한 무도한 짓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듯하다.
그런데 아직도 보면 그 대응이 안이하다.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하는데, 법원 판사들에게서 그러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힘이 넘쳐 주체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이제 국회와 정부를 장악하고 법원으로 미친 듯이 내달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의도에 조금의 어긋남이라도 있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파쇼적 태도를 숨기려 들지 않는다. 계엄을 핑계로 제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솔직히 놓고 30번에 가까운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킨 민주당이었다.
그러한 민주당이 결국 2시간에 해프닝성 계엄을 핑계로 그 이전 과오를 모두 덮고, 이제 그걸 빌미 삼아 모든 국가기관을 숨도 못 쉬게 하려는 속내를 드러낸다.
10.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인민재판소
1948년 제정된 반민족행위 처벌법에 따라 설치된 특별재판부도 정치적 갈등으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폐지되었고, 1960년 부정선거 특별재판소는 헌법 개정을 통하여 소급 입법의 근거를 마련하고 설치되었으나 그 후 정치적 상황으로 역시 폐지되었다.
1974년 대통령 긴급조치로 설치된 비상보통군법회의도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결정되었다. 특별재판소의 정치 재판적 성격으로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그 정당성이 부정되었다.
히틀러는 1934년 인민재판소를 설치하고 암시장, 태업, 패배주의, 반역죄 등 광범위한 정치적 재판을 시행하는 초헌법적인 특별재판소를 만들었다. 이 재판소의 3대 재판소장인 프라이슬러가 재임하는 3년 동안 5,000여 건의 사형판결이 있었고, 그가 담당하는 판결은 사형을 선고받을 확률이 90%에 달했다고 한다.
‘특별’한 것을 너무 좋아할 일 아니다. 특별한 것은 한우나 먹거리 찾을 때로 충분하다. 재판에서 특별 좋아하다가는 나라망치기 십상이다. 북한 헌법을 보면은 서문에 김일성 집안 찬양하고, 그다음에 오는 제1장은 ‘정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재판소는 국가기관 중에 맨 마지막에 나오는데 재판소 바로 앞에 검찰소가 나온다. 특별재판소 타령하다가 대한민국 법원도 나중에 헌법에서 그 위치에 규정될지 모를 일이다.
법관들의 각성과 국민의 지속적인 저항 의식과 행동으로 국가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세력들의 못된 버릇을 막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