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필자는 30대 여성이다. 자신이 어느 한 정치이념이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유와 법치주의를 존중하며 애국과 한미동맹 그리고 기업의 경제 발전을 우선시한다. 다시 말해 여기에 해가 되는 정치적 이념을 가진 세력과는 방향을 달리한다.
확고한 한 가지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범죄를 일으키는 세력은 좌우를 막론하고 지지할 수 없으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정치권에 발붙이고 있다면 신속히 퇴출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신념을 가진 필자로서 과거 충남지사나 부산시장, 서울시장의 부하 직원들에 대한 성범죄 사건은 경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런 권력형 성 비위가 주로 좌파 성향의 정치인 사이에서 자주 일어났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주도했고 청렴과 정의, 인권, 서민 공감을 앞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이들이었기에 충격은 상당했다.
당연히 해당 정치이념을 가진 정당 및 정치인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는 필자뿐 아니라, 권력형 성차별과 성범죄를 증오하는 20·30 여성 누구라도 공감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신념을 산산조각 낸 계기는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20·30 여성의 지지율이 과반은 물론이고 보수당 후보를 크게 압도했기 때문이다.
방송 3사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에 대한 만 29세 이하 여성들에 대한 지지율은 58.1% 그리고 30대 여성들의 지지율은 57.3%에 달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20·30 여성의 평균 지지율이 약 28%에 불과했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보수정당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악재가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재명 후보는 과거 형수 욕설 문제에 더해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이었다.
또 그는 20·30 여성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공약으로 발표하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좌 성향 언론에서조차 대선 당시 민주당에 성평등·여성 정책이 사라졌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 정당에서 20·30 여성을 위해 내놓은 공약이 우파 정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심지어 20·30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 강한 반발을 일으킨 사례도 있지 않았던가.
과거 민주당 내 성 비위 사건, 또 이들이 내놓은 20·30 여성에 대한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이행 정도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과거 여성에 대한 언행 등 아무리 긍정적으로 바라보더라도 20·30 여성 유권자들이 좌파 정당 대선 후보를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재명 후보는 이들로부터 무려 60% 가까운 지지를 얻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제 그의 대통령 취임 후 100일이 지나감에도 20·30 여성들의 삶이 전보다 윤택해졌다거나, 그렇게 만들려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또 다른 좌파 정당인 조국혁신당에서 성 비위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많은 20·30 여성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 사건을 폭로한 강미정 전 대변인에 따르면, 자신보다 무려 15살이나 많은 수석대변인으로부터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자신을 포함해 이 사건의 피해자가 10명쯤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사실을 당내에 공론화하려 했지만, 성 비위 피해자는 사직서를 냈고 피해자를 도왔던 다른 당직자도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피해 여성들에 대한 충격적인 2차 가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 사건의 당사자인 전 수석대변인은 최근 자신의 SNS에 입장문을 게재해 강 전 대변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무죄 추정 원칙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번 일이 어느 일방의 주장이 아무런 검증 없이 사실이 돼버리는 ‘여론재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그동안 좌파 진형의 검찰 그리고 언론에서 여러 여론재판으로 우파 인사들을 감옥에 보냈고, 또 현재도 특검을 통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중인데 이에 대해서도 과연 같은 생각을 가지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애처로울 정도의 입장문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했음에도, 지난 16일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는 전 수석대변인의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한다.
앞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분노로 타오르는 여론에 기름을 들이붓는 일이 있었는데, 조국혁신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조국 씨로부터 비롯됐다.
조국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성 비위 사건을 폭로하고 탈당한 강미정 전 대변인의 복당을 희망하고 있다고 당을 통해 언론에 밝힌 것이다.
자신도 30대 딸이 있으면서 어쩜 이렇게 성 감수성이 부족한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진정 피해자와 만나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면, 동네방네 다 알도록 떠들게 아니라 조용히 당사자에게 조용히 연락하면 되지 않는가.
상대방은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것에 더해 다른 피해자 및 피해자에 도움을 준 사람들이 당에서 배제되며, 조국 비대위원장의 측근 정치인이 이 사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향해 “개돼지”라고 비하하는 것까지 감당해야 했다.
그걸 참을 수 없어 모든 걸 폭로하고 탈당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언제든 만나자” “복당을 원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곳곳에서 “조국이 피해자에 3차 가해를 한다”는 비난이 이어졌고, 강미정 전 대변인도 이런 조국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제 이름이 불리는 것조차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지고 있다”고 거절했다.
필자로서는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SNS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다시 만남을 요구해오는 사실상의 스토킹 범죄와 다를 바 없는 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과연 20·30 여성에 대한 공감은 물론이고, 관련 정책이라도 제대로 낼 수 있을는지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국 비대위원장을 특별사면한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딱히 입장을 내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도 “개돼지” 발언으로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킨 사람을 당원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하는 데 그쳤다.
필자를 포함한 20·30 여성들에 진정으로 묻고 싶다. “이런데 아직 지지할 마음이 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