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교수

심규진 교수.


지지층이 주도하는 반이재명 빅텐트의 구심점, ‘파파미’ 김문수

애초에 많은 자유 우파 국민들과 보수 진영 정치인들이 그토록 탄핵 반대를 외쳤던 이유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두 번이나 자당의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국민의힘에서 누구를 내세우더라도 정권 창출은 불가능하리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엄동설한에 그토록 싸워 지지율을 50%까지 끌어올렸음에도, 헌재의 판결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패배감과 회의감이 보수 진영을 지배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것이 정치사의 일반 법칙이다. 두 번이나 탄핵당한 진영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지금도 상황이 아주 낙관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명의 ‘금쪽이들’ 때문이다. 이준석은 당 밖에서 ‘광팔이’에 여념이 없고, 한동훈은 당 안에서 분탕질하며 ‘알박기’를 시도하고 있다. 당 안팎의 이 두 축이 보수의 결집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수 후보는 놀라운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단일화 없이도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격차를 좁히고 있고, 서울에서는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애초에 ‘정동영-이명박 구도’처럼 큰 격차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무너졌다.

왜일까? 그 중심에는 두 전직 대통령의 헌신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를 밟고 가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과거를 잊고 김문수로 다시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단순히 김문수 후보에 대한 개인적 지지가 아니라, 보수 진영의 역사와 책임을 짊어진 인물에 대한 정치적 연대 선언이다. 또 여전히 기성 제도권 언론이 ‘극우’라고 낙인 찍은 김문수가 정통 보수의 대표자가 됨으로서 보수 우파의 복권과 승리를 위한 새로운 문화 전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분탕 정치인들 존재감 축소, 반이재명 빅텐트, 지지층이 주도한다

현재 선거가 미래 비전 없이 과거 회고적인 성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은, 오히려 김문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파도 파도 미담’뿐인 김문수는 도덕적 흠결과 탐욕뿐인 이재명에게 가장 적합한 상대다. 소리 없이 강하게 공기를 장악해 가는 김문수의 스타일은, 이준석의 토론 활약마저도 ‘보수 원팀’ 구성처럼 보이게 만들고, 한동훈의 사상 초유의 비상식적 ‘분탕 유세’나 홍준표의 ‘이재명 연대설’을 잠재우고 있다.

이번 선거가 ‘해볼 만한 싸움’이 된 데에는 김문수 개인의 덕목 외에도 탄탄한 기반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당시 거리로 나섰던 2030 지지층, 자유시장경제 인플루언서들, 유튜브 기반 디지털 의병장들이 김문수의 인프라로 전환되며, 불리한 언론 환경에서도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한동훈이나 이준석, 홍준표 등이 밖에서 땡깡을 부려도, 한덕수나 이낙연 같은 호남 원로 세력이 들어오지 않아도, 지지층 내부에서 자생적인 단일화와 빅텐트 형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문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았고, 탄핵에도 반대했다.

힘 빠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 친노로부터 배신자로 몰렸던 정동영과는 다른 포지션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 선언은 김 후보의 정치적 공간을 넓혀주었고, 동시에 공식적인 지지 선언 덕분에 김 후보는 친윤 지지를 무리 없이 승계할 수 있었다.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의 인물 서사는, 비윤과 반윤 진영 유권자들까지 흡수하며 분탕을 치거나 몸값을 높이려는 기회주의적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들과는 달리, 지지층이 주도하는 반이재명 빅텐트를 형성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2012년 대선 경선에서 강한 네거티브를 펼쳤고, 이로 인해 친박과 TK에서 미운털이 박혀 2016년 총선에서는 김부겸에게 패해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후 박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탄핵 반대를 외치며 아스팔트 투사로 나섰고, 오히려 선명 강성 우파로서 새로운 정치적 스펙트럼을 열었다. 물론 좌파 우위의 여론 지형 속에서 극우·태극기부대, ‘한물간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은 진정한 보수 통합이자, 보수의 적자로서 인정받는 대관식이 되었으며, 그간의 투쟁은 ‘복리’로 붙어 자산이 된 셈이다.

보수 우파는 힘겨운 순간마다 단결하여 위기를 극복해 왔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안을 선택해 온 보수의 회복력이 다시 빛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문수의 묵묵한 헌신과 희생은 현재 정치 현실에서 새롭게 조명받는다. 그는 항상 힘겨운 진영과 함께 있었고, 그 의리 때문에 때로는 낙인과 흑역사를 떠안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자산이 되어, 오히려 그의 정치적 날개가 되고 있다.

그간 영남권에서 김문수가 약세를 보였던 이유는 두 번의 탄핵으로 인한 정통 보수의 상실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는 윤석열 대통령에 이은 또 한 번의 대의적 헌신이자 결단이다. 누가 진영을 위해 싸웠고, 누가 개인적 야망에만 매달렸는지는 이제 지지층이 판단하고, 심판할 것이다.

서울에서 큰 격차, 이재명 지지층 균열… TK-PK의 마지막 결집이 변수

현재 김문수 후보는 서울에서 다자 구도에서도, 여러 여조 추세상, 이재명을 10%포인트 이상 따돌리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뜨뜻미지근한 TK·PK 지역이 반(反)이재명 전선으로 규합하여 8080(TK-PK 지역 80% 이상 득표)을 실현하고, 정통 보수층이 구국의 결집을 보여준다면 이재명을 막을 수 있다.

여전히 영남 지역과 정통 보수층이 ‘샤이 우파’로 남아 있는 이유는 두 번의 탄핵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도 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잊히는 것 아니냐는 지지층의 우려와 서운함도 여전하다. 그렇기에 이준석과 한동훈 같은 반윤 프레임으로는 정통 보수의 자존심을 채울 수 없다. 결국, 진짜 보수 우파 전사 김문수가 중심에 서야만 승부가 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저격수 이미지로 TK에서 김부겸에게 패배했던 김문수는 이제 완전히 다른 정치인이 되었다.

그는 박정희를 추모하고, 극우라는 낙인을 감수하며, 완전한 우파 투사로 전향했다. 그 정치적 여정과 고난이 TK에서 신뢰의 자산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인지, 그것이 이번 선거의 마지막 변수다.

지금 보수는 탄핵을 둘러싼 해석 문제로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왼쪽에서 시작해 가장 오른쪽까지 도달한 유일한 정치인 김문수야말로 이 진영을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금 보수가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전략기획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