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이재명이 결국 꼬리를 내렸다. 며칠간 논란만 키우며 자신의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던 ‘비법조인 대법관 임용’ 법안의 철회를 지시한 것이다.


논란의 발단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여기에는 대법관 임용 자격을 법조인이 아닌 사람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자동차 운전을 잘하더라도 면허증이 없으면 차를 살 수 없고 운전자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하물며 사법부의 최고 권위에 있는 대법관 자리에 일반인을 앉히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이 일반인 대법관의 자격도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 인사들 입장에 학식과 덕망이 있는 동시에 여러 고소·고발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법률 지식을 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송인 김어준도 대법관 임용 자격이 생기는 것 아닌가.

자신들은 운전면허를 따지도 않은 사람이 모는 차에 타려 하지 않을 것이고, 의사 자격증도 없는 돌팔이로부터 수술받지도 않을 것이면서, 국민들에게는 변호사 자격증조차 없는 일반인에게 재판받으라는 것이다.

이게 정치적 셈법을 떠나 과연 정상인의 머리에서 나온 법안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이는 판사 출신이자, 지난 정부의 법무부 장관까지 한 사람이다. 이에 필자는 이 법을 ‘악법’이자 ‘대법원 장악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이미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100명까지 늘리겠다는 법안도 국회 법사위에 상정한 상태였다. 이 역시 26일 이재명 후보가 철회를 지시했다.

120원 커피 발언과 호텔경제론으로 카운터 펀치를 맞아 상대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이 좁혀지는 상황에서, 대법원 흔들기로 여론의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결국 칼을 빼든 것이다.

물론 이재명 후보의 언행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번 결정 역시 필자에게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 대법관 수 증원 관련 법안이 상정된 이달 중순부터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았겠는가.

또 비법조인 대법관 임용 법안 발의가 논란이 된 게 이미 지난주인데 “개별적인 입법 제안에 불과하다”라고 선을 긋다가 이제야 철회시킨 것이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자당의 김병주, 김용민, 박균택, 박지원, 박홍근, 부승찬, 이성윤, 장경태, 허영 의원이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게 어떻게 개인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이 후보는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박범계 의원을 징계하거나, 만약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법을 재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떤 진심이 느껴지겠는가. 그저 지지율 만회를 위해 이 상황을 잠시 모면하려는 술수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목할 부분은 민주당의 이런 황당무계한 법을 통과시킨 나라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좌파 정권의 집권 직후 사법 개혁을 외치며 여당 우위의 국회가 대법관을 선출하도록 했다. 이후 2004년 대법관 수를 기존 20명에서 32명으로 늘렸고, 늘어난 12명 전원을 친(親) 차베스 성향 인사로 채웠다.

당연히 법원에서 차베스에 반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고, 현재의 일당독재 체제가 공고히 구축될 수 있었다.

박범계 의원과 민주당 인사들이 베네수엘라를 모델로 비법조인 대법관 임용과 대법관 증원 법안을 발의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그런데 당신들이 하려고 했던 행위는 결과적으로 일당독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삼권분립이 왜 중요한가. 입법과 행정 권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사법부가 독립돼 법과 원칙대로 판결해야지만 독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법부 최고 권위자들의 자리에 친이재명, 친민주당 일반인을 앉히고 심지어 그 수를 100명으로 늘린다면 독재의 문은 열리고 우리 헌법의 가치는 베네수엘라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국민에 분노를 안기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뻔한 법안을 발의해놓고 박범계 의원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이재명 후보는 해당 법안에 대해 “그런 사안은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지금은 내란을 극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절대 법안을 영구 폐기하겠다는 말은 안 한다.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게 될 법안을 내놓고, 아직도 내란 운운하는가. 자신들이 획책하는 게 바로 내란 아닌가.

* 논평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2025년 5월 26일 자 <인싸it>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6oxaEQ1q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