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중보 기자 ㅣ 국내 자동차의 미국 수출량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지난달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차, 기아, 한국GM 등 국내 자동차 업체의 대외 수출 비중에서 미국이 최대 85%에 이르는 상황에서, 관세 장기화 시 피해가 급속도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62억 달러(약 8조 5800억 원)로 집계됐다.

이중 대미 수출 규모는 같은 기간 무려 32.0%나 급감한 18억 4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제품에 대한 관세가 발효된 지난 4월 기록했던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율(19.6%)을 10%p 이상 웃도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부터는 자동차 부품으로 까지 대상을 확대 조치했다.

이에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현지 재고 소진에 집중하는 동시에 미국으로의 수출량을 줄이면서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 한국GM의 대미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각각 54%, 28%, 85%에 이르는 상황에서 2∼3개월에 불과한 현지 재고분에 의존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앨라배마공장(33만 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5만 대)을 전면 가동하고, 최근 준공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 규모를 50만 대로 늘려 현지 생산 대수를 지난해 미국 판매량(171만 대)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전기차 공장으로 계획했던 HMGMA에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춰야 하는 동시에, 부품 조달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만큼 향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모든 모델 권장 소매 가격을 1%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초부터 이번 달 2일까지 모든 라인업의 권장 소매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관세 여파 흡수를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면, 미국 현지 판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국내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 감소 징조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최근 울산 1공장 2라인의 휴일 특근을 취소하는 등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있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해 연간 기준 8%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