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중보 기자 ㅣ 효성이 수급 사업자에 부당하게 기술자료의 제공을 요구했다는 혐의에 대한 제재를 피하는 방안으로 총 30억 원 규모의 하도급업체 지원책을 포함한 자진 시정안을 내놨다.

효성이 공정위 제재를 피하기 위해 30억 원 규모의 상생안을 내놓는다. 사진=효성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효성중공업이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이 같은 내용으로 신청한 동의의결을 심의한 끝에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 대상인 사업자가 타당한 시정방안을 내놓고, 공정위의 인정을 받으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민·형사 사건에서의 합의와 유사한 효력을 가진다.

공정위는 효성이 전력 발전·동력기기 제품의 부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수급사업자들의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한 사실에 따라,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었다.

하도급법 12조 3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공정위는 효성의 관련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심사보고서를 효성에 보냈다. 이를 검토한 효성 측은 지난 3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효성 측은 ▲기술자료요구·비밀유지계약관리 시스템 구축·운용 ▲업무 가이드라인 신설·정기교육 등 하도급 거래 질서 개선방안과 ▲품질향상·작업환경 개선 설비지원 등 수급사업자 지원 방안을 동의의결 신청서에 담았다.

또 ▲핵심부품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연구개발(R&D) ▲산학협력·국내외 인증획득 추가 지원 등 총 30억 원 규모의 이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정위는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과 수급사업자 보호 효과, 시행방안 이행의 비용과 예상되는 제재 수준 간의 균형 등을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효성이 하도급 거래 질서를 교란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 수급 사업자의 금전적 피해도 확인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

공정위는 효성 측과 함께 시정방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한 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과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위원회에 상정해 최종 인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2022년 7월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조항과 관련해 최초로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된 사례”라며 “해당 사업 분야 선두 주자인 효성 측이 기술자료 요구·사용 관행을 개선할 경우 기타 제조업 분야로도 기술자료 보호 문화가 더욱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