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교수 ㅣ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과연 이재명 정권이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법치 국가의 정상 궤도 안에 있는 정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검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것이 본래 특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가?

심규진 교수


특검은 헌법상 다소 예외적인 수단이다. 권력 분립 원칙에 따라 검찰의 중립성이 의심되거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불가피하게 동원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추진되는 특검은 ‘죽은 권력’, 즉 현직이 아닌 전직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있는 인물을 상대로 정치적 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검 제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전형적인 정치 남용 사례다.

반면 현직 대통령인 이재명은 어떠한가. 대장동·백현동·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명백한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이던 사안들이 정권 교체 후 일제히 중단되거나 연기되었다. 사법부는 재판을 무기한 연기했고,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임기 후에 재판받기를 바란다”고 공언했다.

결과적으로, 법정에서 사실을 가려야 할 사건이 ‘정치적 지위’라는 이유로 멈춰 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면죄부이며, 삼권분립 원칙의 중대한 침해다.

“재판은 미루고, 수사는 중단하고, 특검은 부활시켜라.” 이재명 정권 하에서 벌어지는 이 삼단논법은 법치의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는 단순한 ‘이중잣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그 자체가 정의와 절차를 유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히틀러를 언급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히틀러 역시 민주적 선거와 의회 다수의 입법 과정을 통해 권력을 잡았고, 그 권력을 통해 제도를 ‘합법적으로’ 무너뜨렸다. 사법부 장악, 정적 제거, 정당 해산, 임기 연장—이 모든 것은 형식상 입법과 의회 다수라는 민주주의의 외양을 갖췄지만, 실질은 전체주의의 구축이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희생양 삼아 증오를 정치 동력으로 삼았듯, 이재명 정권은 ‘적폐’라는 이름 아래 특정 세력에 대한 조직적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반(反)이재명 세력, 윤석열 지지층, 우파 언론과 법조인들을 일제히 공격하고, 여론전과 입법을 통해 상대를 고립시키는 방식은 과거 전체주의 정치의 전형적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는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권력 구조가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특정 정권이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떠나, 사법권을 장악하고 입법부를 장악해 스스로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이재명은 일 잘하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법조인들과 지식인들이야말로, 과거 독재를 가능케 한 침묵의 카르텔이 아닐까.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전략기획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