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발행인 강용석 ㅣ ‘자격 미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전재수 해양수산부(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인해 정치권이 또 한 번 시끄럽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재수 후보자 지명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 때문이다.
현재 세종시에 위치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이미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놓은 이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달 5일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신속하게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24일 국무회의에서도 강도형 현 해수부 장관에게 “올해 12월까지 해수부 부산 이전을 완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원래 강도형 장관은 부산 신청사 건립을 고려해, 오는 2029년까지 해수부 이전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국정기획의원회에 보고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연내 마무리 지으라며 ‘신속 이전’에 못을 박은 것이다. 심지어 해수부가 당장 들어설 곳이 마땅히 없다면, 어딘가를 임대하더라도 반드시 이전하도록 주문했다고 한다.
해수부 부산 이전이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만큼이나 대통령의 관심사인 것은 명확해 보인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해수부 부산 이전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재배치”라는 명분을 밝혔다.
다만 이를 두고 이곳저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굳이 세종시에서 잘 돌아가고 있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특히 동내 주민센터도 아닌 무려 정부 부처를 새로운 청사도 마련하지 않은 채 1년 내 이전을 서두르는 게 ‘졸속 이전’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세종시의회와 충청권 4개 시·도지사, 대전충남의회는 만장일치로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상황이다.
심지어 해수부 공무원 노동조합도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해양 수도라는 비전을 실현하려면 명확한 정책 로드맵과 실행 가능한 예산, 정책을 뒷받침할 인력과 기능이 먼저 준비돼야 하는데, ‘신속히 이전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건 껍데기뿐인 이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은 충청지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해수부를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정책은 사실상 행정수도 건설을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행정수도 건설은 헌법 제123조에 명시된 가치인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진행된 것인데, 해수부 이전을 밀어붙이면 전국의 지자체가 선례를 근거로 행정수도를 나눠 갖겠다고 달려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26일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성명을 통해 “해수부는 국가 행정의 중심지인 세종시에 위치해야 할 부처”라며 “사회적 공론화나 정책적 근거 없이 해수부를 이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국가 행정의 효율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해수부를 세종시에서 부산으로 부랴부랴 옮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함에도 대통령과 여당이 해수부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려 하는 진정한 목적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부산지역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민의힘 대전시당의 성명에서도 “이번 해수부 이전 논란은 전재수 장관 후보자의 부산시장 출마와 연계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된다”라며 “이는 국가 행정의 중립성과 정당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부산에서만 3선 국회의원인 전재수 장관 후보자는 지난 22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 중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전재수 후보가 장관으로 취임해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성공한다면, 아무리 보수세가 강한 부산이라고 할지라도 정치적 인지도와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이를 통해 내년 6월에 열릴 지방선거에 그를 내세워 5년 만에 부산시장 자리를 민주당이 탈환한다는 시나리오다.
현재 중앙정부와 국회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영남지역 광역자치단체장까지 가지고 온다면, 야당에서 우려하는 ‘진정한 이재명 독재 시대’가 완성된다.
부산시장은 영남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중 가장 영향력이 있는 자리 중 하나이자, 민주당으로서는 과거 성추행 사건으로 얼룩져 국민의힘에 4년 넘게 빼앗긴 아픈 손가락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으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차기 부산시장 자리를 위해 ‘전재수를 이용한 해수부 부산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런 정치적 목적에 관한 의혹 제기에 침묵하거나 강하게 부정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의심이 점점 사실로 굳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우선 전재수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한 가지 명확한 약속을 받아야 한다. ‘해수부 이전을 부산시장 출마에 이용했다’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당장 선언하라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 전재수 후보가 확답하지 않는다면, ‘해수부 부산 졸속 이전’의 정치적 목적을 더 공론화해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 해수부 장관을 내세울 목적으로 막대한 국가 예산을 낭비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 제대로 알려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해수부 이전안을 몰아붙여 이를 피할 수 없게 된다면, 이제 국민의힘은 박형준 부산시장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현재 부산지역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수부 부산 이전을 다소 반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에 해수부 이전을 전재수 장관이 아닌, 박형준 시장이 이끌고 마무리도 제대로 지은 성과로 만들도록 당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계획에 재를 뿌릴 수 있을 것이고, 부산시장 자리도 국민의힘이 사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무리 보수세로 뭉친 부산 시민들이라도 할지라도, 더 이상 나약하고 무능한 국민의힘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이번 해수부 부산 이전의 과제를 어떻게 살리는지에 따라, 부산에서 국민의힘 간판의 존폐가 달렸다.
* 논평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2025년 7월 1일 자 <인싸it>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Z-Pa_wSa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