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인적 쇄신 대상을 규정하고 이들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자, 당내 혁신위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내부 갈등이 커질 모양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혁신위 활동 방향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데일리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위원장으로서 사과를 촉구한다”며 “만약 사과는커녕 당이 새로워지겠다는 것을 가로막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제가 볼 때는 그냥 전광훈 목사가 던져주는 표에 기대서 정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런 분들을 믿고 아마 계엄을 했을 거다. 이런 분들은 당을 떠나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지금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과할 필요도 없고, 반성할 필요도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당을 다시 죽는 길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핵의 바다 속으로 아예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누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분들이 인적 쇄신의 0순위”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우리 당원들을 절망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한 일들이 쭉 있다”며 ▲대선 실패 ▲새벽 3시 후보 교체 ▲전당대회 후보 단일화 약속 번복 ▲관저 시위 사진 박제 ▲당 게시판 방치 ▲비례대표 공천 원칙 위반 ▲당헌당규 개정 논란 ▲민심 왜곡 방치 등을 예시하며 당내 중진을 중심으로 이를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혁신위는 출범 하루 만인 지난 10일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 수록하는 것을 ‘1호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11일에는 현재의 최고위 체제를 폐지하고 당 대표 단일 지도체제로 의사 결정 구조를 전환할 것을 ‘2호 혁신안’으로 채택했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전에 구체적인 쇄신 로드맵을 짜려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 당헌·당규에 사죄 표현을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표 단일지도체제 전환 추진에 대해서도 정당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장동혁 의원은 즉각 혁신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혁신위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내놓는 혁신안은 민주성에 역행할 뿐 아니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 하고, 야당의 본분은 흐리게 만드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라며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서로 남 탓하며 내부 총질하고 도망치는 우리 당의 못된 습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혁신위의 지도체제 개편안에 대해 “바른길이 있는데 왜 역주행하려 하는가”라며 “당원의 최고위원 선택권을 빼앗아 대표에게 헌납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위와 유력 당권주자 간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양측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