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임명식에 ‘국민대표 80인’으로 선택받은 삼양식품이 지난해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여직원 산재 사고에 현장 담당자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그 원인이었다는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이 최근 밝혀졌다. 삼양식품 본사 측은 해당 사고에 관해 “공장 내 안전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피해 여직원의 개인적 실수에서 비롯된 사고였다”는 취지로 밝히며, 본지의 취재 내용이 실제와 달라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본지의 이 사고에 관한 여러 차례의 사실확인에 더해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자, 그제야 삼양식품 측은 “공장 작업환경 및 담당자 진술을 토대로 최대한 답변했다”며 “더 이상 입장을 밝힐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삼양식품 사업장에서 지난해 여성 근로자가 야간 작업 도중 큰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삼양식품
사건은 지난해 여름 삼양식품 A 공장에서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진행하는 야간근무 중 발생했다.
당시 새벽 3시경 여성 근로자 K씨는 라면이 유탕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 틀에서 흐트러지지 않도록 정돈하는 납형(納型) 작업을 맡았다.
그런데 납형에 활용하는 쇠막대기를 놓치면서 이것이 기계 안에 들어갔다. 이에 막대기를 빼내기 위해 덮개를 여는 과정에서 착용 중이던 장갑이 기계 롤러 회전축에 말려 들어가면서 반년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당시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파악한 결과, 야간 현장에서의 안전관리 담당 감독자(B씨)가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고, K씨의 작업복과 보호구 착용을 사전에 점검하지 않았으며, 방호장치에 대한 교육마저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이 사건에 대한 대략적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달부터 삼양식품 측에 사고의 명확한 원인과 결과, 또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에 관한 사실확인 및 입장 표명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앞서 지난 5월 SPC삼립 공장에서 야간작업(새벽 3시경) 도중 여성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해당 사고를 공론화했고 이에 8시간 초과 야간근무를 폐지하는 등 식품 업계 내 후폭풍이 거센 와중이었다.
K씨에 대한 사고는 불행 중 다행으로 SPC 공장의 사례와는 다르게 극단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사고 발생 시간과 피해자가 여성 근로자라는 점 그리고 기계에 신체가 끼이는 사고 원인 등이 매우 유사했다.
무엇보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바와 같이 안전관리에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 이 역시 SPC의 사례만큼의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사 결과·법원 판단과 다소 차이가 있는 삼양식품 측 해명
첫 취재요청에 삼양식품 측은 사고 사실을 인정하면서 “K씨가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 비인정 진료비 지급 등 재정적인 부분을 포함해 최대한의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삼양식품 측은 수사기관이 파악한 내용과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놨다.
먼저 사고 경위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사건 당일 안전교육 진행 후 작업을 시작했으나, 여직원분께서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로 덮개를 열고 손을 넣으면서 화상을 입게 됐다”며 “공장 업무 특성상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었기에 다른 직원분이 즉시 비상정지 버튼 눌러 라인 가동을 중지했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장에서 수시로 안전교육을 진행하며 무슨 일이든 필요한 경우 비상정지 버튼을 누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사건 당일에도 작업 시작 전에 동일한 교육을 진행하며 비상정지 버튼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검찰이 B씨를 이 사고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하면서 기재한 공소사실 그리고 최근 법원이 해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근거에는 다소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야간근무 시간(오후 8시~새벽 3시)에 K씨가 맡은 공정 라인에 B씨가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관리감독자로서 사업장을 순회하면서 안전한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봤다.
물론 B씨가 야간근무 시작 전 안전교육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K씨는 근무에 들어가면서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라텍스 장갑을 낀 것으로 나타났다.
K씨는 “면이 뜨거워서 일반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라텍스 장갑을 끼고 일한다”며 같은 라인에 작업하는 다른 근로자들도 이처럼 두 겹의 장갑을 끼고 근무했다고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5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날·공작물 또는 축이 회전하는 기계를 취급하는 경우, 그 근로자의 손에 밀착이 잘되는 가죽 장갑 등과 같이 손이 말려 들어갈 위험이 없는 장갑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작업환경으로 인해 장갑을 착용할 수밖에 없다면, 가죽 장갑과 같이 밀착이 잘 되는 동시에 손이 말려 들어갈 위험이 없는 장갑을 착용했는지를 B씨가 작업 전에 제대로 점검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당시 기계를 긴급히 멈추게 하는 비상정지 버튼에 대해서도 K씨는 수사기관 등에서 갑자기 기계를 멈추는 것이 작업 중 혼란이 오게 되므로 멈추지 말라고 배웠고, 다른 근로자들도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면 화를 내서 보통 누르지 않고 작업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 중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면 공정 과정에 있는 면들이 불량으로 폐기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만큼 근로자들로서는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는 것에 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였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