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분명 본지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한 삼양식품 측 답변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및 법원의 판단과는 차이가 있었다. 삼양식품 측은 공장 내 안전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K씨 개인의 실수에서 비롯한 사고라는 취지로 주장했고, 수사기관과 법원은 정반대로 사고 원인을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양식품 측에 재차 사실확인을 요청했고, 역시나 기존과 유사한 입장을 이어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B씨는 작업 시작 전뿐 아니라 후에도 수시로 현장 순회 점검을 실시했고, 사고 당일 피해 여직원(K씨)이 근무하고 있던 공정에도 순회 점검을 했다”며 “다만 해당 여직원이 작업 중에 있어 점검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 감독자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B씨가 야간근무 시간 때 제대로 순회하며 관리·감독 업무를 했음에도 K씨가 이를 보지 못한 채 그가 한 번도 자신의 작업 라인에 오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착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사고에 대해 “장갑이 빨려 들어가면서 발생한 끼임 사고가 아니며, 피해 여직원이 작업구역이 아닌 곳의 설비 덮개를 열고 손을 집어넣으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공장에서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적합한 보호장비와 복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내부 출입을 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면장갑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비상정지 버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고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작업구역이 아닌 곳의 덮개를 임의로 개방해 설비 가동 중 손을 넣어 작업했기 때문’으로, 장갑이 빨려 들어가며 발생한 끼임 사고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수사기관 및 법원의 판단과 전혀 다른 주장을 이어갔다. 심지어 본지가 파악한 내용이 A 공장 관계자들이 알고 있는 바와 너무 달라 공장 관계자들도 “의아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꼬듯 답했다.
사실상 본지가 이 사고의 사실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대부분 허위 사실을 질문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본지는 법원 등에 요청해 해당 사건에 대한 객관적 내용을 담은 자료를 제공 받았다. 추측건대, 삼양식품 측은 취재 초기 본지가 해당 자료가 없거나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이를 토대로 삼양식품 측에 재차 사실확인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그럼 수사기관과 법원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인가”라는 점을 강조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산업안전법 혹은 중대재해법 위반이 아니며, 평소 A 공장의 작업환경에 대한 설명과 작업반장 등의 진술을 토대로 최대한 답변했다”며 “삼양식품은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입장을 밝힐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이제는 B씨 개인의 사건일 뿐 더 이상 회사 차원에서 언급할만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허영인 SPC 회장은 질타하고, 김정수 부회장은 ‘국민대표 80인’에
이번 사고의 원인이 B씨 등 당시 공장 안전관리 담당자의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온 시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이후였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SPC삼립 시화공장 사망 사고를 거론했고, 지난 7월 25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만나 망신주기하듯 SPC 사업장의 안전관리에 관한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런데 며칠 뒤인 지난달 15일, ‘국민대표 80인’으로부터 국민 임명장을 받는 행사를 열었는데, 이중에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있었다. 김 부회장은 80인 중 유일한 재벌기업 오너가(家)이자 대형 식품기업 관계자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SPC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그룹 허영인 회장 등 임원진에게 사고 경위와 근로 환경에 대해 묻고 있다. 사진=뉴데일리
K씨에 대한 사고 당시 삼양식품 A 공장 내 안전관리상의 문제가 있다는 게 수사기관과 법원에 의해 드러났고, 매우 다행스럽게도 K씨가 더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뿐, SPC삼립 시화공장 사고의 경우와 발생 시간 및 원인 등이 매우 유사했다.
사실상 허영인 회장과 함께 불러 사업장 안전관리에 관한 문제를 질타했어야 할 김정수 부회장을 오히려 국민대표 80인으로 선정해 임명장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K씨에 대한 사고는 당연히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피해 직원에 대한 산재 치료와 함께 마음에 상처가 더 이상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