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차명진 전 국회의원

김문수 캠페인을 보노라면 고구마를 먹는 느낌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한복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수도승과 같다.

트럼프의 MAGA,
홍준표의 제7공화국,
이재명의 먹사니즘과 같은 쌈박한 미래 비젼이 없다.
대신에 과거 운동권 시절 이야기, 경기도지사 업적을 자원봉사자가 광맥 캐듯이 찾아내서 SNS를 통해 유포한다.
그리고 캠프가 정식으로 받아서 홍보한다.
거꾸로 됐다.

애초에 나는 김후보가 당의 기득권세력, 친윤팔이와 싸우는 모양을 만들어 선거판을 당원혁명의 과정으로 끌어가려고 기획했다.
김 후보가 검은 손에 탄압받는 모습을 연출해 대중을 분노케 하고 그 동력으로 지지율을 삽시간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었다.
한덕수 후보옹립문건 폭로때까진 잘 먹혔다.
쌍권의 3년 당원권 정지 주장을 하다가 꼬리 내렸다.
김 후보가 “이 친구가 선거 망치려 하냐?” 분노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

김문수 캠페인은 정통의 선거 문법을 거스르고 있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세일즈하고 있다.
이념, 이익, 진영이 아니라 태도, 도덕, 포용을 전파하고 있다.
그의 언어에는 분노, 감동 대신에 자제, 양보가 있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유권자가 확 달아오르지 않으니 지지율이 급상승하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 벌어지는 집안싸움 때문에 김 후보의 내상이 크다.
언론은 김 후보가 누구누구 편이니 하며 뒷담화에 열을 올린다.
선거전문가들의 쏟아지는 주문 때문에 김 후보의 전화통이 불이 난다.
참모들은 우왕좌왕한다.

나도 처음엔 김문수식 선거전략이 불만이었다.
엊그제 식당에서 벌어진 사건 덕분에 생각을 바꿨다.

텔레비전 화면에 뜬 김문수 후보를 보며 40대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저 사람 고문을 받으면서도 자기 동지 이름을 안 불었다네.”
“지독하네”
“반대쪽 사람도 인품 하나는 존경한다잖아.”

김문수식 선거전략은 치밀하게 기획된 것 같진 않다.
준비기간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본능에서 나오는 언행이 자연스럽게 고구마캠페인, 수도승캠페인으로 귀결되고 있다.

물론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
김문수의 메시지가 남은 기간 충분히 축적되어 6월 3일 폭발해야 한다.

나는 확신한다.
된다.
김문수의 첫번째 선거때도 이런 분위기였다.

추신)
김문수 후보와 나의 관계는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가볍게 왔다갔다 하면 사부님은 묵중하다.
결국엔 그 분 방식이 옳음이 입증된다.
자존심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 차명진 전 국회의원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학 학사
- 서울대학원 정치학 석사
- 김문수(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의원 보좌관
- 17·18대 국회의원 (부천시 병)
- 유튜브 <차명진TV(구독자 약 17만 2000명)>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