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교수 ㅣ 이번 대선에서 무언가 ‘우주의 기운’이 김문수 후보를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상황, 주변 인물들 모두가 하나같이 김 후보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김문수를 돕고 있다.
가장 강력한 조력자, 윤석열 대통령
무엇보다 가장 큰 조력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만약 이번 보수 후보가 김문수가 아니라 한동훈이었다면, 이번 대선은 사실상 정동영-이명박 구도의 재현이 되었을 것이다.
과거 인기없는 전임 대통령 노무현을 출당시켜 친노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정동영이, 아무리 좌파들의 이명박 포비아 선동이 심했어도 대패했던 것처럼 말이다.
김문수는 탄핵 반대, 윤 대통령과의 관계, 정치적 일관성을 바탕으로 친윤 지지층을 무리 없이 흡수했다. “나를 밟고 가라”는 윤 대통령의 지지 선언은, 윤 지지층이 대의를 위해 김문수를 지지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부여한 순간이었다.
비윤·반윤까지 포용할 수 있게 된 명분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 선언은 김문수에게 오히려 더 큰 정치적 공간을 열어줬다.
자신은 반이재명 빅텐트 버스에서 내려 김 후보가 부담을 덜고 넓은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도록 만들어주고 대신 지지층을 태워 보낸 것이라 하겠다.
친윤의 대표주자였던 김 후보는 이제 비윤, 반윤까지 포용하는 반이재명 빅텐트의 정점이 될 수 있게 됐다.
안철수, 조경태 등 친한 계열까지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디지털 의병장들과 파파미 효과
김문수 후보의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 서사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밈화되며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탄핵 국면에서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디지털 의병장들, 자유 우파 인플루언서, 유튜브 생태계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기성 언론의 공중전을 무자비하게 일방적으로 뚫혔을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백병전을 치를 수 있는 기반은 없었을 것이다.
TK 결집, 박근혜 지지로 가속
TK(대구·경북)에서의 결집이 더디긴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한때 ‘극우’ 낙인을 받았던 김문수 후보의 자유통일당 활동, 아스팔트 투쟁 경력 등은 이제 정통보수의 상징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이준석의 의도치 않은 어시스트
이준석의 활약 또한 의외로 김문수 후보에게 득이 되고 있다.
이재명을 때리는 모습이 오히려 ‘단일화하겠구나’라는 인상을 주며, 유권자 스스로의 단일화 심리를 자극한다.
이준석은 중원을 흔드는 미드필더지만, 결국 최전방에서 골을 넣는 것은 움직임이 크지 않아도 위치를 선점한 골게터 김문수라는 구조가 된다.
단일화 없이 단일화 효과가 나타나는 구조
지금 한국 정치에는 충청과 같은 실질적 캐스팅보트 세력이 거의 없다. 진영 결집 열기 자체가 주된 동력이며, 유권자 스스로가 판단하여 단일화를 이루는 구조다.
이준석이 자신의 팬덤 지지층을 움직인다는 건 허상이다. 이미 그가 이낙연 페미 정치인과 손잡으려 하자 그의 지지층은 반발하며 이준석을 손절쳤다. 2030 남성층은 이준석이 단일화하든 하지 않든 강경 페미에 휘둘리는 ‘반이재명’으로 빅텐트로 모일 동력은 충분하다.
이번 대선에서 김 후보가 한덕수와의 단일화는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일화 효과가 나타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표 방지 심리, 진영 결집 심리, 이재명 포비아 등 여러가지 정치 심리학적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준석의 지지층은 강한 행동력이 수반되지 않은 말뿐인 지지일 가능성이 높고, 실제 투표장에서는 이재명 포비아에 따라 김문수로 수렴될 확률이 크다.
실제로 득표율 1~2% 이상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만약 진다면, 패배의 책임은 한동훈이 아닌 이준석에게 전가될 것이다.
홍준표, 한동훈, 조경태의 움직임도 김문수에게 유리
홍준표의 “이재명과 손잡을 수도 있다”는 발언은 김문수의 상승세에 눌려 사실상 사라졌다.
한동훈은 사상 초유의 분탕 유세를 하며 여기저기 다니고 있지만, 이로 인해 친윤 지지층의 분노만 자극하고 있다.
오히려 한동훈의 존재가 이준석, 유승민, 안철수 등의 가치까지 이들이 모두 탄핵 찬성을 해서 지지층에게 밉보였음에도- 역설적으로 끌어올리는, 즉 통합을 용이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김문수 입장에선 ‘개꿀’이다.
게다가 조경태까지 김문수 선대위에 합류하며 한동훈은 더욱 고립되고 있다. 이 사람 특성상 결국엔 뒤늦게 기어들어올 것이다.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단일화 효과가 있으면 된다.
현재 모든 정치 플레이어들이, 의도와 상관없이 김문수를 돕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주의 기운’이 몰리는 선거가 아닐까.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전략기획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