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45-1과 45-9 일대에는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회장의 선영과 기념관이 위치한다.

여기는 지난해 3월 작고한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조성한 것으로, 내부에는 한옥 건물로 전시실과 휴게실, 외빈 맞이를 위한 영빈관 등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선영과 기념관은 기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그 장소와 소유주, 건축물의 용도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이 기념관이 사실상 오너 개인소유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조성과 관리 비용을 효성 회삿돈으로 부담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 선영과 기념관 일대 부동산은 조현준 효성 회장이 소유 중이다. 조 회장은 지난 1998년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덕양구 벽제동 45-9 등 인근 3만 1760평 이상 규모의 임야 9필지를 증여를 통해 취득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뉴데일리

덕양구 벽제동 45-9에는 조홍제 회장 부부의 묘소가 있는데, 조현준 회장은 이 필지와 접한 덕양구 벽제동 45-4를 지난 2022년 5월 기존 임야에서 묘지로 지목변경했다.

정작 묘지로 지목을 바꿔야 할 대상은 덕양구 벽제동 45-9임에도 여전히 임야로 지정돼 있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경기도 선영’ 정도로만 알려진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지가 덕양구 벽제동 45-4에 조성됐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효성 측은 이곳에 조 명예회장의 묘소가 조성됐는지에 관한 질문에 일절 함구했다.

효성 창업주 조홍제 회장 묘소가 위치한 덕양구 벽제동 45-9와 최근 지목이 '묘'로 변경돼 조석래 명예회장 묘소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벽제동 45-4의 위성사진. 사진=네이버지도 위성 캡처


방대한 임야에 이어 조 회장은 기념관 부지 내 위치한 덕양구 벽제동 45-1 등 약 1996평 규모의 대지, 덕양구 벽제동 45-6 등 약 221평의 도로도 같은 방식으로 증여받았다.

주목해 볼 부분은 일대 조 회장의 보유 농지다. 조 회장은 기념관 부내 내에 있는 덕양구 벽제동 43-2를 비롯해 주변의 덕양구 벽제동 22-7 등 6필지 총 2732평 규모의 농지(전)를 역시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1998년 증여를 통해 물려받아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다.

농지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민이 아니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조 회장은 농지자격취득증명을 발급해 해당 농지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휴경 또는 전용한 농지가 아님에도 농지자격취득증명을 받은 자가 장기간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하거나 농업 외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 소지가 있다.

본지가 현장에 직접 방문해 파악한 조 회장 소유의 농지는 장기간 농업 활동을 이어가지 않고 있는 동시에 사실상 농지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맨눈으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우선 선영과 기념관 부지 입구에서 벗어나 큰길로 나아가면, 조 회장 소유의 농지인 덕양구 벽제동 22-7과 덕양구 벽제동 22-9가 위치한다. 지난달 현장에 찾아갔을 때 해당 필지와 인접한 다른 농지에서는 주민들의 농사 활동이 한창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현준 회장 소유 덕양구 벽제동 22-7 농지의 올해 2월(위)과 6월

조현준 회장 소유 덕양구 벽제동 22-9 농지의 올해 2월(위)과 6월


올해 2월과 6월 각각 촬영한 사진을 보더라도 두 농지는 농사는커녕 잡초가 무성하고 지면이 딱딱하게 굳은 잡종지에 불과해 보였다.

인근 주민들은 덕양구 벽제동 22-7의 경우 수년 전부터 울타리를 쳐놓고 농지로 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덕양구 벽제동 22-9에 대해서는 농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할 정도로 농사 활동이 이뤄진 걸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처럼 농지임에도 경작 또는 재배 등 농사 활동을 장기간 하지 않은 채 방치한다면, 지역 농업 생산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농지의 질 저하 및 잡종지화(化)로 인해 인근 농가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심지어 기념관 부재 내에 위치한 농지인 덕양구 벽제동 43-2는 현재 농지와 거리가 먼 잔디를 깐 정원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농지에 대해 휴경을 신청하거나, 앞서 언급한 정원, 묘지 또는 건물 조성 등을 위해 농지전용이 이뤄진다면 농사 활동을 중단할 수 있다.

고양시 관계자에 취재한 바에 의하면, 조 회장이 보유한 농지는 휴경 상태이거나 전용 신청이 이뤄진 게 아니었다. 다시 말해, 현재와 같이 경작을 중단한 채로 방치할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조현준 회장 소유의 임야인 벽제동 50-7과 50-8로 가는 길은 철문으 닫혀 있고, 군사보호구역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다.


고양시는 사실상 농지의 기능이 상실된 채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농사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조 회장의 농지 두 필지를 농지 일제조사 대상에 포함해 조만간 조사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시는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조 회장에 경작 개시 또는 토지 매각을 권할 수 있다. 만약 조 회장이 일정 기간 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토지의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한 행정처분이 내려지거나, 농지법 위반 행위로 고발당할 수도 있다.

평소 효성그룹은 스스로를 환경친화적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토지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사실상 농지의 기능을 저하하는 동시에 잡초만 무성한 땅으로 방치하면서 토지 환경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