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기자 ㅣ 지난해 3월 작고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10년 이상 소유하고 있던 임야인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 384-8(1만 4803㎡)의 지분을 3남 중 차남인 조현문 씨에 단독으로 물려줬다.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전 효성 부회장인 조현문 씨. 사진=뉴데일리


기존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석래 명예회장은 생전 유언장을 작성했고, 여기에는 조현문 씨에게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효성티앤씨 3.37%, 효성중공업 1.50%, 효성화학 1.26%)을 상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조 씨가 해당 주식 정도만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명예회장이 3남 중 유일하게 그에게만 이 광장동 토지 소유권을 준 것이다.

이는 조 명예회장의 생전 증여나 상속이 아닌 유증을 통해 이뤄졌다. 유증은 보유한 재산 또는 권리를 특정인에게 넘긴다고 유언하면, 사후 이 유언대로 집행에 이르게 된다. 다시 말해, 조 명예회장이 작고 전 해당 토지 지분을 조현문 씨에게만 넘긴다는 확고한 의사 있었다는 의미다.

조 씨는 유증이 이뤄진 지 5개월여 만에 공인재단인 재단법인 단빛재단에 소유 토지 지분의 전부를 출연했다.

지난해 효성가(家) 상속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당시, 조현문 씨는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공익재단에 상속재산 전부를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올해 3월 29일 서울 마포구 효성 마포본사에서 열린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및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쩍에서 네 번째) 등 유가족이 헌화 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효성


그렇게 해서 2024년 9월 조현문 씨가 설립한 게 단빛재단이다. 조 씨는 앞서 언급한 자신의 몫인 효성 계열사 지분을 포함해 약 1000억 원의 상속재산을 단빛재단에 출연했다. 이를 통해 개인적으로 재산을 상속받았을 때 발생하는 약 500억 원의 상속세 납부를 피할 수 있었다.

광장동 토지 지분 역시 단빛재단을 설립한 직후 이곳에 출연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당 49만 2600원으로, 단빛재단의 보유 지분으로 산출하면 약 23억 3300만 원에 달한다.

광장동 동양학원 소유 땅, 향후 활용 가능성은

현재는 단빛재단이 지분 소유자가 된 광장동 384-8는 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과 광장중학교, 공원 근처에 위치한다. 특히 아차산역 방향으로 진출하는 도로에 인접해 있고, 주변에 산책로와 체육시설까지 조성돼 있어 지난 10년 사이 공시지가만 2배 이상 올랐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이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2022년 토지의 한 공동 소유자가 이를 제3자에 매각하자고 제안했지만, 조 명예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결국 이 공유자는 조 명예회장을 상대로 공유물 분할 소송을 제기해 자신의 지분을 경매에 넘겼지만, 조 명예회장은 끝까지 소유권을 지킨 것으로 파악된다.

광장동 384-8의 위성사진. 우측 현대하이빌라와 사이에 있는 대지가 동양학원 소유다. 사진=네이버지도 위성 캡쳐


조 명예회장에 그만큼 의미가 있는 토지의 소유권을 효성그룹의 차기 오너이자 장남인 조현준 회장도 아닌, 그동안 조 회장 그리고 회사와 갈등을 빚어 미운털이 박힌 차남 조현문 씨에게 단독으로 물려준 것이다.

또 주목해 볼 부분은 광장동 토지와 접한 총 2300㎡ 규모의 대지 2필지가 효성그룹 계열의 학교법인 동양학원의 소유라는 점이다.

동양학원은 효성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부터 조석래 명예회장까지 대대로 이사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배우자이자 조현준 회장 등 3남의 모친인 송광자 여사가 이사장으로 올라와 있고, 3남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비롯해 효성 임원진도 이사직을 맡고 있다.

오른쪽의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사진=HS효성


그렇다면 과거 조석래 명예회장이 이 광장동 토지를 장기간 소유한 계기가 동양학원 소유 토지까지 합쳐 총 1400평이 넘는 부지를 교육 목적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활용하는 데 있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다만 그게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조석래 명예회장이 광장동 토지를 장남 조현준 회장이나 3남 조현상 부회장도 아닌, 효성과 여전히 껄끄러운 것으로 알려진 차남 조현문 씨에게 전부 물려줘 버렸다.

그렇다면 효성이 조현문 씨를 설득하지 않는 이상, 이 광장동 토지를 동양학원의 개발 사업에 활용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동양학원 역시 2개 필지의 토지를 매각하는 것 외에 다른 개발 사업 목적의 활용도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