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교수 ㅣ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문수가 이준석에게 후보를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은 이준석을 품지 않으면 중도와 2030을 잃는다는 논리를 펼친다. 그러나 그 주장의 배경을 보면 이준석이 영업한 유튜버·기성 언론·인플루언서 집단이거나, 김문수에 대한 비호감 프레임에 갇힌 보수층 일부다.

심규진 교수


보통 그들은 이런 논리를 편다.

“나도 이준석을 싫어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꼰대들이 너무 무능해서, 이준석이 차라리 낫지 않나. 그라도 있어야 진영이 유지된다.” 이 프레임은 논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동에 가깝다. 정작 이준석의 배타적 지지층은 약하다.

그리고 지금의 이준석은 닳고 닳은 아역배우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 주연을 맡았고, 병크와 논란 속에서도 퇴출되지 않았지만, 성인 주연급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징징거리고 분탕을 치는 ‘감초 악역’에 갇혀버린 캐릭터다.

그는 보수 진영 전체의 서사 속에서 패륜 서자, 깽판치는 애물단지의 이미지게 가깝다. 물론 지난 총선에서 동탄 지역구에서 생존하면서 문젯거리 막내가 집을 나가 리어카 장수라도 해서 생존했다는 짠한 서사와 성장의 이미지를 얻을 것은 소득이다.

그런데 짠한 생존기와 인정투쟁 욕구는 강하다지만, 본가의 사업 총괄과 금고 열쇠를 맡기기엔 이미지도, 듬직함도, 리더십도 없다. 좌파 언론에 나가 적장자보다 자신이 낫다고 외치며, 정작 집안에선 패륜적 모욕과 분탕질을 반복하는 그의 역할은 홍준표와도 닮았다.

그래서 김문수는 이준석에게 후보를 양보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정반대로 가야 한다. 이준석과 단일화를 하고 싶다면, 그의 아젠다부터 먼저 뺏고, 지지율부터 꺾어야 한다.

김문수 캠프는 V자 지지율(초기 하락 향후 반등)을 각오하고라도, 먼저 세게 아젠다를 던져야 한다. 여가부 폐지, 군 가산점 부활, 할당제 철폐를 강하게 외쳐야 한다. 이는 단지 이슈몰이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2030 남성 유권자들의 체감적 요구에 부응하는 실리 정치다.

이들이 이준석을 지지하는 이유는 정서적 팬덤이 아니라, 윤석열대통령의 공약 불이행에서 비롯된 배신감 때문이다. 여가부 폐지 약속을 믿고 투표했다가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그 반동으로 당에서 비참하게 내쳐진 이준석에게 일시적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다. 감성이 아닌 기회와 공정에 반응한다.

즉 김문수에 대한 비토심으로 돌아섰다가 다시 실리적인 생각으로 이준석을 찍으면 사표된다고 생각해 돌아오는 2030 지지층과 남성 지지층을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이준석과 그의 지지층을 분리하는 전략이다. 먼저 이준석 지지층의 욕망을 실현시킬 정책 메시지를 던지고, 그들이 이준석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고, 실리적으로 당에 들어와 헌신하는 것이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희망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엔 이준석을 한동훈과 당권 지분 투쟁의 경쟁자로 프레임하면서 그를 흡수하는 단일화를 유도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결국 대선 직전, 이준석이 극적인 방식으로 김문수 지지를 선언하게 만드는 것이 이 판에서 가장 현실적 ‘베스트 시나리오’다.

지금 이준석은 보수 주루 기성 매체는 물론 좌파 언론에서도 띄워지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 시장은 냉정하다. 조회수와 댓글 반응, 구독자 수는 민심을 반영한다.

이준석을 지지하다 철회한 한 유튜버처럼, 모든 것은데이터가 말해준다. 그의 10년 비호감 서사, 즉 보수 내에서 팔리지 않고 좌파에게만 막장극의 소재로 소비되는 상품, 그것이 결국 그를 다시 한계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2030 남성 유권자들도, 이준석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더 이상 기성 매체에 휘둘리는 가스라이팅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 카리스마 있는 김문수가 명확한 아젠다로 먼저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들은 더 땀흘리고 더 일한 사람이 더 보상받는 공정을 원하고, 4050 기득권·87체제·무분별한 나눠먹기식 복지에 반감을 가진 세대다.

25만 원을 똑같이 나눠주는 정책엔 냉소하지만, 기회를 제공받아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엔 열광한다.

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김문수 중심의 아젠다 전쟁’이다. 이준석은 중심이 될 수 없다. 김문수만이 이 서사의 주연이자 구심점이 될 수 있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전략기획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